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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평전 - 60가지 진풍경으로 그리는 조선
신병주 지음 / 글항아리 / 2011년 4월
평점 :
60개의 주제를 가지고 가벼운 필체로 조선사를 대략적으로 훒은 책.
장점은 관심가는 표지와 편집, 그리고 지하철에서도 읽을 수 있을만큼 평이한 수준.
단점은 장점의 반대로 깊이가 얕은 일회성 에피소드 나열과, TV 등에서 방영된 내용의 재탕.
아마 저자가 역사스페셜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약해 그 내용들을 많이 차용한 것 같다.
나처럼 역사스페셜 애청자에게는 같은 내용의 반복이라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그래도 사진과 그림이 많고 편집이 잘 되어 있어 보기 편하고, 또 시의성에 맞게 요즘 이슈가 되는 문제들과 연관지어 설명한 것 등은 흥미로웠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과 역대 조선왕들의 장례 절차를 연관시키는 식으로 말이다.
워낙 한국사에 관심이 많아 눈에 확 띌 만큼 흥미로운 주제는 없었지만 550 페이지에 달하는 많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참 편하고 즐겁게 읽은 것 같다.
한 가지 기록해 두고 싶은 것은, 조선왕조실록의 극적인 보관이다.
고려 시대에도 실록이 편찬됐으나 거란과 몽골 등의 전란을 겪으면서 소실됐다고 들었는데 조선왕조실록도 하마터면 임진왜란의 불길 속에 사라질 뻔 했으나 전주 유생들의 힘으로 무사히 보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어쩐지 고려 시대는 아주 옛날인 것 같아 실록이 소실됐다는 게 당연하게 들리는데, 근세라고 생각되는 조선의 실록이 사라진다는 건 엄청난 대사건 같고 상상이 잘 안 된다.
그러나 남대문이 우리 시대에 불탈 줄 누가 알았겠는가.
임진왜란과 일제 시대를 버텨낸 국보 1호 남대문이 말이다.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네 곳에 실록을 보관했던 조상들의 지혜와, 실록의 중요성을 알고 전란 중에도 실록을 이고 지고 산으로 피신했던 선비들의 노력이 참으로 눈물겹고 자랑스럽다.
조선은 정말 기록의 나라고 유학자들의 역사에 대한 소명의식은 좀 더 조명되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