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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명화 속 현대 미술 읽기
존 톰슨 지음, 박누리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작년에 서점에서 보고 신청한 책인데 바빠서 미루다가 드디어 읽게 됐다.
도판이 훌륭하고 현대미술을 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그렇긴 한데 솔직히 말해서 뒷쪽의 20세기 후반 미술들은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
그림을 보면 뭔가 가슴 뭉클하고 마음 한 구석이 짠해 오는 그런 감동이 있어야 하는데 여전히 현대 미술은 나에게 너무 어렵고 이론적으로 보인다.
저자의 해설이 어쩐지 말장난 같고 도저히 감동이 없는데 어떻게 감상하라는 것인지 늘 난감하기 그지없다.
어떤 면에서 현대 미술은 아이디어고 상상력이 아닌가 싶다.
여전히 그림 하면 화가의 정교한 손기술과 뛰어난 감식안이 우선이라고 믿는 입장에서 보면, 도저히 마르셸 뒤샹 식의 상식 뒤집기를 진정한 예술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문제 같다.
데미안 허스트의 죽은 상어 박제품을 보면 그 크기와 재료적 특성 때문에 순간 압도하는 느낌이 들면서도, 인체 해부 모형도를 예술이라고 전시해 놓고 재료 공구사와 싸우는 것을 보고 있자면, 정말 예술이란 대체 뭔가에 대해 깊은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그저 내가 예술이야 주장하면 그만이다 싶기도 하고...
이 책에 현대 미술의 시초로 등장하는 인상파들 역시 19세기 초에는 아카데미즘에 의해 천박한 예술로 비난받았던 걸 생각해 보면 오늘날 나의 이런 미학적 견해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촌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현대 미술은 너무 어렵다.
서문에 따르면 저자는 현대 미술의 시작을 1848년으로 잡는다.
이때부터 시각성을 최우선으로 삼아 텍스트가 부재하고 그림 자체를 감상하게 된 것이다.
특별히 그림의 뜻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예술을 위한 예술의 시대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첫 장은 쿠르베에게 할애했다.
그림 양식은 고전주의지만, 주제가 파격적이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내용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쿠르베를 고전주의와 인상주의를 잇는 가교라고 부르기도 한다.
훗날 모네의 작품을 보면 과연 인상파의 대가다운 노련함과 창의성이 돋보이기도 하지만, 솔직히 최초의 인상파라는 명칭을 만들어낸 첫 전시회 작품을 보면 기자들이 그저 스케치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퍼부은 걸 이해가 되기도 한다.
너무 성의가 없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모네가 빛의 효과를 중시해 직접 밖에 나가 작업했던 것에 비해, 같은 인상파로 분류되지만 마네나 드가 등은 야외에서 모티프만 땄을 뿐 실제 작업은 화실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내용은 인상파인데 실제 그림 양식은 모네와는 상당히 달랐던 것이다.
그래서 마네나 드가의 그림을 보면 매우 정교하고 인물의 캐릭터를 잘 잡아 냈다는 생각이 든다.
앞부분의 인상파는 흥미롭게 읽었는데 뒤로 갈수록 너무 난해해 이해가 어려웠다.
번역의 문제인지 내 수준의 문제인지 하여튼 100% 이해가 안 됐다.
현대 미술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야 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