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식물의 자연사
로빈 C. 모란 지음, 김태영 옮김, 이상태 감수 / 지오북 / 201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을 어디서 봤을까?
서점 신간 코너에서 봤나, 아니면 신문의 북섹션에서 봤나?
식물 쪽은 별 관심이 없고 더군다나 예쁜 꽃이 피는 종자식물도 아니고 볼품없는 양치식물이라니, 어떻게 해서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 모르겠다.
책 디자인은 무척 예쁘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책이 정말 쉽다!
서문에 밝힌대로 생물학 수업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정말 평이하고 흥미롭게 쓰여졌다.
나물로 무쳐 먹는 고사리가 이렇게 매혹적인 생명체였는지 누가 알았겠는가.
예전에 읽었던 고생대의 귀여운 지배자 삼엽충에 대해 매력을 느낀 것처럼 독서를 통해 주변에 있는 생명체에 또다른 관심을 갖게 됐다.
책이야 말로 삶을 풍부하게 만드는 가장 큰 원천이다. 

양치식물은 종자식물과는 달리 씨앗이 없고 대신 포자로 번식한다.
암술과 수술이 만나 배아를 이루는 종자식물은, 이들을 매개하는 곤충 같은 생명체가 필요하므로 번식 조건이 까다롭지만, 양치식물은 잎 뒷면에서 만들어진 포자가 바람만 있으면 멀리 이동해 발아할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 각지에, 특히 섬처럼 고립된 곳에 많이 퍼져 있다.
오히려 고립된 지역에서는 다양한 종이 살기 어렵기 때문에 키 큰 식물들이 햇빛을 막지 않아 고사리류처럼 땅에 붙어 자라는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게 된다.
포자가 자라나 종자식물의 암술과 수술 같은 경란기와 장정기의 배우자체 세대가 된다.
이들이 수정을 하면 뿌리와 줄기와 잎이 있는 접합자로 자라나게 되고 성체가 되는 과정이 바로 포자체 세대다.
다시 이들은 포자를 만들어 번식한다.
포자에서 배우자체로 자라는 것은 유성세대, 포자로 발아하는 것은 무성세대니 두 세대가 번갈아 가면서 번식하는 특이한 생활양식을 보인다.
무성생식은 일종의 영양생식인데 마치 접붙이기를 하는 것처럼 줄기나 뿌리에서 싹이 자라나 커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클론의 확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군집을 이루는 지의류에서 많이 볼 수 있다고 한다.
염색체가 1N이면 상동 염색체가 없어 열성 유전자도 다 발현이 된다.
이렇게 되면 자연 돌연변이 과정에서 생긴 나쁜 유전자가 계속 다음 세대에 축적하게 된다.
반면 2N의 염색체 구조를 가지고 있으면 대립인자가 있기 때문에 열성은 발현을 안 한다.
그러므로 2N의 염색체 구조가 더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또 재밌는 게 염색체 수가 서로 다른 것끼리 교배가 되는 잡종의 경우, 딸세포에게 똑같이 분배가 안 되므로 불임이 되기 마련인데 감수분열을 하는 대신 이 불임잡종들끼리 염색체 배가가 이루어져 두 배의 염색체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감수분열 때 둘로 똑같이 나눠질 수 있기 때문에 생식이 가능해진다.
대신 염색체 수는 두 배로 커질 것이다.
식물에서 보이는 독특한 생식 방법 같다. 

석탄의 원료가 되는 인목의 존재에 대해서도 처음 알게 됐다.
고생대의 석탄기는 양치식물의 천국이라 인목이라는 종류가 수 십 미터까지 자랄 수 있었는데, 페름기로 넘어 오면서 기후가 건조해져 이들이 멸종하게 되고 이 유해가 바로 오늘날 연료로 이용되는 석탄이라고 한다.
영국 박물관에 가 보면 인목 문양으로 장식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 외에 식물양, 즉 식물에서 양이 자란다고 알려진 중세의 전설이 사실은 목화를 착각했다는 것, 나무고사리로 조각품을 만든다는 것, 열대 지방에 종이 다양한 이유, 티아민 분해효소 때문에 희석시키지 않으면 각기병에 걸려 죽게 되는 날두라는 호주 원주민들의 먹거리, 그늘에서 살아남기 위해 채광성을 띄는 고사리, 천적이 없어 순식간에 호수를 뒤덮어 버린 생이가래 등등 흥미로운 주제들이 정말 많았다.
중생대의 백악기 하면 공룡이 멸종한 시기로만 생각하지만, 소행성의 충돌 이후 햇빛이 차단되면서 사실은 70%에 달하는 엄청난 생물들이 멸종했고 이 시기를 견뎌낸 후 신생대 3기 때 폭발적으로 증가한 종류가 바로 고사리라고 한다.
바람을 이용해 포자로 번식하고 햇빛이 적어도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전략을 가졌기 때문에 제일 먼저 번성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시기를 고사리류 스파이크라 부른다고 한다.
고사리는 어디서나 식용으로 사용되는 줄 알았는데 한국이나 일본, 중국 등지에서만 먹는다고 한다.
약간 쌉싸름한 이유도 타닌 성분이 들어 있기 때문이고 천적인 곤충류를 막기 위해 독성분이 있어서인데 끓이면 대부분 없어지지만 발암 물질로도 연구되고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긴 하다. 

전혀 관심이 없던 분야인데 책을 읽으면서 식물에도 많은 흥미가 생겼다.
그래서 책의 날개에 소개된 여러 식물 관련 책들을 읽어 볼 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