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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다시 생각한다 - 인간, 돈, 빚에 대한 다섯 강의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공진호 옮김 / 민음사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이 너무 특이해서 읽게 된 책인데 생각했던 내용은 아니었다.
특히 마지막 장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빗대어 인간은 모두 지구의 환경에 빚지고 있으니 자원을 아껴 써야 한다는 식의 패러디는 생뚱맞기까지 했다.
빅토리아 소설의 주제를 사랑 대신, 돈 더 노골적으로 빚으로 보는, 즉 돈이 없으면서도 쓰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에 포커스를 맞춘 시도 자체는 신선했다.
자기 능력 밖의 풍요로움과 사회적 위세를 누리고자 하는 인간의 속물적 근성을 가장 리얼하게 보여 준 소설이 바로 <오만과 편견> 같다.
처음 책을 읽을 때는 진정한 사랑이라는 고상한 주제도 없고 노골적으로 돈과 명예, 지위 등을 따지는 등장 인물들의 태도에 굉장히 화가 났는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인 오스틴의 날카로운 안목이 놀랍기만 하다.
빚 하면 도스토예프스키를 빼 놓을 수 없는데 빅토리아 소설이 주제라 그런지 대신 찰스 디킨스가 자주 등장한다.
예수가 인간의 죄를 지고 간다는 기독교의 보속 교리를 감히 빚에 비유한 저자의 담대함이 신선했다.
고대로부터 인간은 자연에, 혹은 절대자에게 일종의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을 준 자연에게 보답하기 위해 희생양을 바쳐 왔다고 한다.
그게 자기 자신이 아닌 힘없는 어린 아이나 여자, 혹은 노예여서 문제지만 하여튼 자연의 준 풍요로움에 대한 빚을 갚기 위해 인신 공양 등의 풍속이 있었고 좀 더 순화된 것이 양이나 소 등의 희생제의였다고 한다.
기독교 식으로 말하자면 인간은 하나님께 생명이라는 빚을 졌으니 순종으로 갚아야 하나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예수가 대신 죽음으로써 그 빚을 모두 탕감했다는 것이다.
보속이나 구원의 논리를 영적인 빚의 탕감으로 보는 게 신선하다.
기왕이면 인간 생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빚, 더 근본적인 의미로 통제하기 힘든 욕망을 어떻게 볼 것인가 혹은 컨트롤 할 수 있을 것인가를 논의했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운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