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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도서관에서 잠깐 훑어 본 책.
설마 있을까 했는데 서가에서 발견하니 기분이 좋다.
이런 책은 시의성이 있을 때 읽어야 제 맛인 것 같다.
사실 좀 어려웠다.
다소 지루한 느낌?
책에 대한 가벼운 에세이, 말하자면 표정훈씨 에세이 정도 되는 줄 알았는데 인문학적 접근들이 좀 있었다.
예전에는 내가 인문학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철학이나 사회과학 보다는 역사를, 그리고 미술사를 더 좋아한다는 걸 요즘 느낀다.
좋은 말이다 싶으면서도 어쩐지 말장난 같고 공허하고 뜬구름 잡기처럼 느껴질 때가 많아 쉽게 몰입하지 못한다.
클래식을 정의한 말뜻이 좋았다.
라틴어 어원은 함대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국가가 위기에 처하면 자신이 보유한 함대를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재력가를 의미했다고 한다.
위기의 순간에 막강한 힘이 되어 주는 것, 현대적 의미로 보면 온갖 세상풍파에 시달릴 때 막강한 정신적 힘이 될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클래식, 곧 고전이라 생각하니 어쩐지 힘이 난다.
내가 생각하는 고전은, 시간의 흐름을 이겨내고 여전히 현대 사회와 현대인들에게도 의미를 줄 수 있는 것, 또 2차적인 생산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원전이 되는 것이다.
끊임없이 영화화 되는 오만과 편견 같은 책처럼 말이다.
결국 고전이란 시대와 민족을 초월하여 보편성을 띄는 작품들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시민의식을 강화하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말도 인상깊었다.
포퓰리즘, 혹은 우민정치를 막기 위해, 진정한 시민이 되기 위해 독서를 통해 사고하고 정치가들의 선동을 판단할 수 있는 올바른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정말 책이야 말로 우매한 대중을 고상하고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값싸고 손쉬운 방법이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로 따지자면 여전히 독서는 스노비즘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우아하고 힘있는 활동이다.
결국은 가르치는 게 가장 큰 목적이라는 저자의 독특한 의견에 어느 정도는 공감한다.
문득 떠오르는 예가, 학교 다닐 때 자기가 공부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풀어 먹으면 100% 내 것을 소화가 됐었다.
즐거운 계몽주의, 곧 시민교양을 추구하는 저자의 소박한 바램에 나도 일견 공감하는 바다.
뒷부분에, 스타일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 작가, 곧 김훈, 김규항, 고종석의 비교론은 흥미로웠다.
나도 작가의 문체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글의 내용과는 별개로 글을 잘 쓴다, 맛깔나게 쓴다, 문체가 살아 있다는 표현은 좀 다른 의미 같다.
저자가 김훈의 소설을 읽기 않고 비평하는 건 올바른 평가가 아니다는 생각은 들지만,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저자에게 동의하는 바다.
나는 한 때 서점가를 점령한 <칼의 노래>가 별로 재미가 없었는데 그 이유가 사람들이 찬탄해 마지 않는 바로 그 미문 때문이었다.
너무 장식적이고 마음에 와 닿지가 않았다.
서사성이 부족하다고 해야 할까?
하여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김규항의 글은, 역시 인구에 회자되는 <B급 좌파>를 읽었는데 거부감을 많이 느꼈다.
전투적인 글쓰기, 분석보다는 감정적 격정을 앞세우는 글, 무엇보다 결벽증이 느껴지는 듯한 확고부동 같은 것들이 거부감을 일으켰다.
저자 역시 민주화 운동 했던 사람들은 죄다 경제적인 보상을 받아야 하는가, 강박적인 순수성 추구 등에 대해 비판했다.
내가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에세이스트가 바로 고종석인데 역시 저자도 그의 스타일에 한 표를 던진다.
고종석의 글쓰기는 세련됐고 감정의 비약이 적으며 무엇보다 편안하다.
마음의 속살 같은 걸 잘 짚어 내는 섬세함이 돋보인다.
문체야 말로 작가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가장 개성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문체에 대한 저자의 관찰력이 마음에 든다.
소개된 책들은 관심이 크게 없는 분야들이다 보니 재밌게 읽지는 못했다.
기회가 된다면 몇 권은 읽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