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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룡 평전 - 조선문인화의 영수
김영회 외 지음 / 동문선 / 2003년 12월
평점 :
평전이라고 하기에 좀 민망하다.
유홍준씨가 쓴 <완당평전> 쯤은 되야 그래도 평전이라고 이름 붙일 만 하지 않을까?
전문가가 아니라 그런지 또 소설가라는 이력 때문인지 너무 에피소드 위주로 엮었다.
조희룡이 그린 매화도에 반해서 읽게 됐는데 김정희의 깍아내리는 인물평 때문에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다는 한탄을 오히려 저자가 재탕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조희룡을 학문적으로 전공하신 분이 다시 품격있는 글로 써 주시길 바란다.
자료 조사를 열심히 하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중인 문인 계층을 소개한 점은 좋으나 김정희에 대한 비방, 혹은 상상력이 너무 가미된 에피소드식 소개는 자제를 해야 책의 품격이 높아질 것 같다.
덜 알려진 인물의 평전이라 기대를 많이 했는데 글솜씨 때문에 상당히 실망했다.
그러나 조명을 덜 받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된 점만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조희룡의 신분이다.
중인열전인 <호산외기> 를 쓴 여항인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어엿한 양반 신분이라고 주장한다.
선조들이 벼슬을 했고 본인도 액정서 관원이었다고 하는데 후기로 가면 박제가 등의 서얼이나 중인 계층도 벼슬을 할 때니 그것만으로는 신분을 확실히 말할 수 없다고 본다.
저자는 학자들이 조희룡을 굳이 중인이라고 깍아 내린다면서 작품이 중요하지 신분이 뭐가 중요하냐고 하지만 저자의 시대적 상황을 정확히 인지한다는 점에서 출생 성분이나 집안 등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희룡이 저평가 됐다는 것을 그의 출신성분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적철치 못한 태도 같다.
김정희가 "서권기 문자향" 이라 하여 문인화의 사의를 중요시 한 반면, 조희룡은 아무리 뜻이 좋아도 그것을 표현할 손기술이 없다면 소용없다는 뜻으로 "수예론" 을 폈다는 점이 좋은 지적 같다.
조희룡의 매화 그림에는 서권기가 부족하다는 김정희의 평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그런데 현대에는 화려한 솜씨를 뽐내는 조희룡 스타일의 회화가 더 각광받는 게 아닐까 싶다.
좀 더 연구가 진행된다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그 화려한 매화 그림이 잊혀지지 않는다.
스케일이 크고 색감이 정말 좋다.
확실히 김정희의 세한도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