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타프 클림트 Taschen 베이직 아트 (마로니에북스) 8
질 네레 지음, 최재혁 옮김 / 마로니에북스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군더더기 없는 베이직 아트 시리즈.
현학적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데 클림트는 워낙 이해하기 쉬운 작가라 그런지 읽기도 편했다.
작년에 한가람 미술관에서 개최했던 클림트展 작품들이 많이 등장해 무척 반가웠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베토벤 프리즈도 실려서 더 좋았다.
직전에 마티스를 읽었는데 다소 난해했던 그에 비해 클림트는 너무 쉽고 편안하다.
보편적인 시각적 아름다움에 호소하기 때문일까?
지금 봐서는 도저히 외설스럽다고 할 수 없는 편안한 에로틱인데 19세기 말의 비엔나 교양인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이었나 보다.
하긴 올랭피아를 보고 외설이라고 했던 사람들이니.
사실 전시회에서 봤던 그의 드로잉은 좀 충격적이긴 했다.
책을 보니 초상화를 그릴 때도 모델을 벗겨놓은 뒤 나중에 채색을 한다고 한다.
에곤 실레 역시 꽤나 자극적인 드로잉을 많이 남겼는데 클림트에 비하면 오히려 건조하고 삭막하다는 느낌이 든다.
모델에게 이런 낯뜨거운 포즈를 어떻게 취하라고 했을지 참...
남녀의 성행위 보다는 여성 모델 혼자 성감대를 만지면서 흥분하는 그런 드로잉이 대부분이다.
사실 인체의 드로잉에 있어서는 마티스 보다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클림트의 그림은 너무나 아름답다.
그 화려한 장식미를 생각한다면 탐미주의 이런 생각이 든다.
비슷한 시기에 활동했던 마티스를 강렬한 색채 때문에 야수파라고 부르는데 클림트는 도저히 그런 우왁스러운 단어를 쓸 수가 없다.
정교하고 섬세한 표현.
어쩜 저렇게 세심하게 색감을 표현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유딧도 충격적이긴 하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논개 정도의 성스러운 위인을 입 헤 벌린 창녀 정도로 묘사했으니 당시 그의 후원자였던 유대인들이 굳이 유딧을 살로메로 표기했다는 일화가 이해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조차 논쟁의 여지가 충분한 시도였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대학에서 의뢰했던 벽화 역시 돈을 돌려 주고 철수하는 걸로 결론이 난다.
법학, 철학, 의학 등 성스러운 학문의 위대함을 표현해 주라 했더니, 오히려 악에 의해 패배하는 지극히 자극적인 주제를 그렸다.
굉장히 도발적이고 신비로운 스타일이었던데 남아 있었더라면 굉장한 이슈가 됐을 작품이다.
그를 후원하던 유대인 재벌에게 팔렸는데 2차 대전 때 히틀러에 의해 소각됐다고 한다.
이래서 전체주의가 무서운 거다. 

그의 장기는 초상화였다.
온갖 화려한 옷으로 장식한 이 우아한 초상화 스타일에 빈의 귀부인들이 다투어 주문을 해서 국가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명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
빈 배경을 남겨두지 않고 온갖 문양으로 꽉꽉 채우는 화려한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
후배인 에곤 실레나 코코슈카 등에 밀려 구닥다리 취급을 받게 될까 봐 어두운 스타일의 표현주의 초상화도 그렸는데 피카소처럼 클림트 역시 뭘 그려도 시각적으로 훌륭한 확실히 천재답다.
그가 그린 풍경화도 무척 마음에 든다.
신인상파 스타일대로 색을 분할해 점묘법처럼 그리기도 했는데 그러나 여전히 클림트는 빛과 날씨 이런 것보다 장식적인 색채 사용이 훨씬 중요했다.
그래서 더욱 개성적이고 확연한 구별점을 준다. 

작품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다 보니 에밀리 플뢰게에 대한 언급이 겨우 한 두 줄이라 아쉽다.
피카소 못지 않게 화려한 여성 편력을 자랑하고 이복자녀들도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점잖은 마티스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클림트 작품들은 보는 즐거움이 대단하다.
전시회에 가길 정말 잘했다.
만약 가서 직접 보지 않았다면 그렇고 그런 화가라고만 생각했을 것이다.
클림트에 대해서는 블로그에서 추천받은 몇 권의 화집을 더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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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울 2010-01-0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홍규님의 클림트 평전도 함께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오히려 논쟁이 되면 좋을텐데. 그렇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죠. 저도 챙겨 봐야겠네요.

marine 2010-01-08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박홍규씨는 안 건드리는 주제가 없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