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아메리카 - 마야,잉카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와 문화
우덕룡, 김태중, 김기현, 송영복 지음 / 송산출판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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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조금씩 읽고 있는 책.
한 번에 쭉 못 읽는 책은 중간에 자꾸 끊겨서 집중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어려운 책은 못 읽는데 의외로 이 책은 소설처럼 중간 중간에 끊어 읽어도 이야기가 자연스레 연결된다.
지루해 보이는 책 표지와는 달리 꽤 재밌고 서사 구조가 있다.
<라틴 아메리카 다이제스티브>를 처음 읽었을 때만 해도 중남미에 대해 나라가 몇 개 있는지 국경이 어떻게 나눠졌는지도 제대로 몰라 읽기가 어려웠는데 라틴 아메리카 관련 책을 한 세 권 정도 읽고 나니 이제서야 약간의 감이 잡힌다.
적어도 중남미의 간단한 지도 정도는 그릴 수 있다.
특히 중미 지역이 작은 나라들이 많아 지도상에 국가명도 제대로 표시가 안 되서 헷갈렸는데 원래 다섯 나라가 중미연방을 구성했다가 나눠졌고 나중에 독립한 두 나라가 추가되어 총 7개국이라는 걸 책을 통해 알게 되서 앞으로 절대 헷갈리지 않을 것 같다.
피노체트가 칠레의 독재자고 페론이 아르헨티나의 대중민주주의자라는 것 정도는 이제 확실히 알게 됐다.
전에는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비슷한 인상으로 뭉뜽그러져 하나하나 구분이 안 됐는데 역사책을 읽다 보니 각 나라가 생겨난 배경과 정치 발전 과정들을 알게 되서 이제 각 나라가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로 분명히 인식된다.
이런 게 관련독서의 즐거움인 것 같다.
하지만 여전히 현대사는 헷갈린다.
아마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주의깊게 안 봐서일 것이다.
이 책도 90년대에 출간되서 21세기의 현대사는 업데이트가 안 됐다.
최근에 발간된 책을 읽으면 보다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을 것 같다. 

미국과는 다르게 혼혈인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유럽인의 침공 이전의 역사, 고대 메소 아메리카와 안데스 문명까지도 자국의 역사와 문화로 인지하고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또 아시아 보다 훨씬 더 서구 문명과 많은 것을 공유할 수 밖에 없는 역사적 상황을 이해하게 됐다.
그래서 요즘 남미 문학이나 예술이 국제적으로 더 많이 인식되는 것 같다.
멕시코만 해도 1810년에 독립했으니 우리나라로 치면 순조 시대다.
200년이나 전에 벌써 왕 제도를 폐지하고 대통령제가 됐으니 미국만큼 정치적으로도 매우 급진적으로 발전했던 것 같다.
오늘날 그 역량을 살리지 못하고 세계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북미에 비해 여러가지 경제적 정치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원인을 찾자면 역시 일부 계층의 부의 독점과 독재가 아니겠는가.
스페인의 오랜 통치 기간 동안 양성된 대지주 계층의 독재가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갉아 먹고 미국과 다른 방향으로 발전한 남미의 현실이 안타깝다.
멕시코와의 전쟁으로 멕시코 땅의 절반을 뺏어갔다는 이야기는 참 어처구니가 없다.
심지어 수도마저 점령됐었다고 하니 민주주의와 독재 정권의 차이가 극명하다.
파나마 운하의 이권을 왜 미국이 갖고 있었나 했더니 이것도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콜롬비아가 운하 건설에 협조하지 않자 아예 파나마를 독립시켜 버렸던 것이다.
중남미의 현대사에 미국의 개입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그러고 보면 미국의 바로 코 밑에 있는 쿠바의 혁명은 참으로 놀랍다. 

인류가 처음 아메리카 대륙을 밟았을 때부터 시작해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긴 여정을 압축해서 잘 보여주고 있고 고증이나 근거에 기초하여 성실하게 서술한 점 등이 돋보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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