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라틴아메리카사
마스다 요시오 지음, 신금순 옮김 / 심산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일본인 학자가 쓴 책.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잉카 문명전을 관람한 후 들린 아트샵에 전시되어 있던 책이다.
일단 분량이 작고 (300 페이지가 안 됨) 서술이 평이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나는 일본 학자들에 대해 약간의 편견이 있었는데 (너무 지엽적인 문제에 천착한다는?) 저자는 됴쿄대 교수라는 직함에 걸맞게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잘 개괄해 준다.
그 전에 읽은 라틴아메리카 관련 책들이 배경지식이 됐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책은 특이하게도 아메리카 대륙이 거대한 판게아에서 떨어져 나올 때부터를 서술한다.
중생대의 트라이아스기까지는  대륙이 하나로 붙어 있었기 때문에 이 때 번성하기 시작한 공룡은 전 지구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쥐라기 때 곤드와나 대륙이 유라시아로부터 분리되고, 남아메리카는 이 남쪽 대륙에 붙어 아프키라와 하나를 이루고, 북아메리카는 아시아에 붙어 있었다. 
다시 시간이 흘러 아메리카가 분리된 후 신생대 제 3기 때 파나마 육교로 연결된다.
아다시피 빙하기가 끝나갈 무렵 베링해협이 분리되면서 이제 아메리카는 구대륙과는 다른 독자적인 길을 걷는다.
재밌는 것은 유럽인의 시각이 아니라 할지라도 아메리카에 인류가 최초로 나타난 것은 만 4천여년 전으로 아마도 매머드 같은 거대 포유류를 사냥하기 위해 따라왔던 것 같고 그 이전의 흔적이 없어 인류학적인 측면으로 봐도 역시 신대륙이라는 사실이다.
제러드 다이아먼드의 <총균쇠> 를 보면 아메리카에 금속 문명이 늦게 전파된 이유를, 유라시아의 횡축이 문명의 전파가 쉬웠던 반면, 아메리카의 종축은 상대적으로 불리했다고 보고 대항해 이후 스페인의 침입이 없었다면 아메리카 역시 철기 시대로 접어들었을 것으로 본다.
발전 속도의 차이가 항해술의 발달 이후로 전 지구를 하나로 만든 대신, 취약한 문명의 끔찍한 참사를 부른 셈이다. 

코르테스가 멕시코의 아즈텍 문명을, 피사로가 잉카 문명을 멸망시킨 후 스페인은 멕시코와 페루에 부왕령을 설치해 지배력을 행사하고 개척자 혹은 문명 파괴자들에게 주민과 땅을 통치할 수 있는 권한을 하사한다.
이들이 사병을 거느린 대지주 카우디요가 되서 현대 정치사에서 독재자로 행세한다.
저자는 아르헨티나의 페론 정권 등도 카우디요의 변형판으로 보고 민중을 만족시키는 시늉만 하면서 국가를 통제하려고 한다고 비판한다.
90년대 출간된 책으로 최신 지견의 업데이트가 아쉽긴 하지만 남아메리카의 역사와 변천사를 한 눈에 요약할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스페인에 비해 국력이 약했던 포르투갈은 귀족들의 브라질 개척 역시 활발하지 않아 국가 주도로 해안가 중심으로 개척해 나갔는데 나중에는 영국에 경제적으로 종속되어 2차 대전 이전까지 미국에 앞서 아메리카에 자본을 대고 엄청난 이익을 취했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충돌을 막기 위해 중간 지대로 우루과이를 설립했다거나, 히스파니올라의 서부를 프랑스가 장악해 프랑스 대혁명에 자극받은 흑인노예의 반란으로 아메리카 최초로 독립국이 된 아이티 공화국의 유래 등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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