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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그림값
김재준 지음 / 자음과모음 / 1997년 9월
평점 :
절판
우연히 도서관에서 발견하고 고른 책.
지금으로부터 벌써 10년도 더 전에 출간된 책이라 그런지 표지가 촌스럽고 시의에 뒤떨어진 부분도 보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아마추어 작가의 성실함과 꾸미지 않은 순박함이 돋보이는 책이다.
진정한 컬렉터의 열정이 느껴진다고 할까?
나는 수집에 별 관심이 없다.
책을 닥치는대로 읽기는 좋아해도 모으지는 않는다.
그래서 도서관을 애용한다.
그렇긴 하지만 수집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 관련 책들을 종종 읽곤 한다.
인간은 태초부터 컬렉터였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어린아이들의 우표수집부터 시작해 오늘늘 도서관과 미술관을 봐도 그렇지 않은가.
가끔 전시회에 가면 마음을 확 끄는 그림들이 있다.
저자처럼 화랑을 열심히 들낙거릴 만큼 그림을 열심히 보지는 않아서 주로 대가들의 작품이 방한하거나 아니면 미술관에서 유명 그림들을 보게 되는데 교과서에 나오는 작가라고 해서 그림이 다 좋은 건 절대 아니고, 내 마음을 끄는 나만의 작품이 가끔 눈에 띈다.
그럴 때면 차마 작품을 구입할 수는 없으니 인쇄된 엽서나 나무 패널로 사곤 한다.
재밌는 건 그렇게 사 놓고 집에 걸어 두면 또 얼마 안 가 감흥이 식어 버린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동안 영감을 주는 그림은 그야말로 내 인생의 그림이 아닐까 싶다.
저자의 말대로 비싼 쇼파로 인테리어를 하는 것보다 심플한 가구 위에 걸어 둘 멋진 그림을 찾는 게 훨씬 더 의미있는 인테리어가 되지 않을까 싶다.
훌륭한 작가의 작품을 사면 시간이 지나도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게 그림 구매의 매력이라고 했다.
사실 아직까지는 그림을 사고 파는 이런 경제적인 시스템이 낯설고 예술 역시 먹고 사는 문제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어 약간은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다만 예술도 하나의 산업이 되어야 창의적인 발전을 가능한다는 생각 정도로 정리하고 있어 이런 미술계의 돈 얘기는 생소하고 낯설기만 하다.
돈을 많이 번다면 그림 대신 책을 모으겠다는 생각은 해 본다.
원체 나는 활자 중독이라 그림보다 글씨가 더 좋다.
그래서 사진 많은 책보다 글씨 많은 책이 더 마음을 끈다.
정말 돈이 많다면 작품의 환금 여부는 상관하지 않고 마치 백화점에서 옷을 사듯 내 취향대로 화랑에서 느낌이 오는 그림을 척 하고 사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에 발간된 그림 구매 관련 책을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