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르릭나르스 흉노무덤
국립중앙박물관 편집부 엮음 / 국립중앙박물관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중앙도서관 서점에서 발견한 책.
도서관에 신간 신청을 했더니 뜻밖에도 구입을 해 줬다.
도록들은 보통 잘 안 사 주는데 희망도서로 구입해 줘서 무척 기쁘다.
그렇지만 내용은 솔직히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도록이라는 게 원래 감상문을 본 후 그 생생한 느낌을 책으로 전해 받기 위해 있는 법인데, 전시를 보지 않고 도록만 보니까 지루한 유물의 나열에 불과했다.
해설도 생각만큼 많이 않아 진짜 수박의 겉만 핥는 기분이 든다.
어떤 도록은 한 권의 책처럼 많은 정보를 주기도 하는데 이번 전시회 도록은 양이나 질적인 면에서 많이 못 미친다. 

흉노라고 하면 한나라를 괴롭혀 만리장성를 쌓게 만들고 서쪽으로 이동해 게르만족을 몰아 내는 바람에 서로마까지 망하게 한 유목민의 대명사로 알고 있다.
흉노가 곧 훈족이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그런 견해도 있다고 기술된 걸 보니, 100 % 정설은 아닌 모양이다.
한나라의 분열 정책으로 오늘날 내몽골 지역에는 남흉노가 살고, 외몽골에는 북흉노가 터를 잡았는데 이 북흉노가 훈족일 거라 추측한다.
중국에게 복속한 남흉노는 당연히 유목민의 기질을 잃고 농사를 지으면서 정착민으로 변신해 갔고 북흉노와의 전투에 방패막이 역할을 했다.
북흉노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왕위에 오른 묵특선우 시절에 한 고조를 사로잡을 만큼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으나 (평성의 恥) 그 후 여러 갈래의 세력 타툼으로 와해되어 결국 4~5 세기를 기점으로 사라져 버렸다.
오늘날은 중국의 농경민게게 동화되어 흉노라고 지칭할 만한 집단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서쪽으로 이동한 훈족 역시 서유럽에 악한으로 명성을 떨친 아틸다 사후 분열하여 사라져 버렸다.
고대 시베리아 문명을 잇는 스키타이의 후예로써 흉노는 북방 유목민의 정체성을 갖고 철제 무기와 금은세공법, 기마술 등을 남겼다.
김해의 고분에는 북방계 유물들이 발굴되었는데 직접전래설과 낙랑을 통한 교역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신라의 금관 같은 경우 出 자 모양의 장식이 북방계 문화라는 설명을 많이 들었는데 정말로 신라인들이 시베리아 벌판으로부터 내려온 유목민들의 자손인지, 아니면 고대 사회에 그만큼 문화 교류가 활발했다는 뜻인지 궁금하다. 

책의 제목이 된 도르릭 나르스라는 뜻은, 둥근 소나무란 뜻으로 칭기스칸이 탄생한 오논 강 근처에 있다고 한다.
한 가지 의아했던 점은, 몽골인들은 무덤을 평평하게 만들어 위치를 숨겼다는데 흉노족의 매장 양식은 그와 다른 건지 모르겠다.
고분군의 연구이고 보면 무덤이 집단으로 조성된 것 같은데 흉노와 몽골족은 전혀 관련이 없는 종족인가, 아니면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유목민 제국사라는 책이 있던데 한 번 읽어 봐야겠다.
유목민 하면 무식하고 잔인하며 문명을 이루지 못한 야만인이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그들의 침입을 두려워 한 정착민의 악의어린 편견이라는 사실은 누누히 들어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착민들처럼 그럴 듯한 역사서를 남기지 못해서인지 여전히 원시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무엇보다 유목민들의 후예들이 현대 사회에서 제대로 된 위상을 갖기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13세기 몽골 제국이라고 하면 온 유라시아를 벌벌 떨게 한 위대한 나라인데 정작 오늘날 그 후예인 몽골은 가난한 개도국에 지나지 않는다.
중앙아시아의 국가들 역시 소련에 합병되어 나라마저 잃었다가 20세기 후반에 와서야 비로소 독립이 됐다.
이들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발전한다면 그들의 위대했던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연구하고 합당한 대우를 받을 날이 올 거라 믿는다.
그런 걸 생각하면 우리나라 역시 일제의 식민지를 극복하고 오늘날 경제대국이 되었으니 망정이지,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면 혹은 선진국 대열에 끼지 못했다면 중국이라는 거대 문명권 바로 옆에서도 독자성을 지켜 온 한민족의 문화는 역사 속에 묻혀 버렸을 것이다.
식민지 시대의 내선일체라는 구호가 얼마나 허구적인지를 새삼 느끼겠다. 

흉노라는 민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없지만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 만족한다.
더 많은 교류가 이루어져 몽골의 문화가 한국에 많이 소개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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