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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도서관 - 세계 오지에 3천 개의 도서관, 백만 권의 희망을 전한 한 사나이 이야기
존 우드 지음, 이명혜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책도 예쁘고 내용도 좋고 지하철에서 흥미롭게 읽고 있다.
문장력은 평이하지만 뜻이 너무 좋아 혼자 지하철에서 울컥 할 때도 있었다.
다른 무엇보다 특히 책, 그리고 그것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인 도서관에 집중하는 게 너무 좋았다.
그 점이 저자를 일반 자선 사업가와 다르게 만들어 주는 포인트이기도 하다.
우연히 휴가차 히말라야 트래킹을 갔다가 만난 네팔인 교장 선생님 때문에 학교를 방문하고 도움을 주기로 약속한 저자는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잘 나가는 회사까지 그만둔다.
지금은 이렇게 책까지 내고 유명한 사람이 됐으니 MS에 다닐 때보다 훨씬 잘 된 일이지만, 결심을 하고 실천에 옮기기까지 많은 갈등과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아버지가 적극적으로 후원해 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70대의 나이 때문에 네팔 방문이 어렵지 않을까 걱정하는 아들에게 아버지는 대공황과 2차 대전 때도 살아남았다고 큰소리 친다.
그 장면에 또 울컥 해서 우리 윗세대들이 얼마나 힘든 세월을 견뎌 왔는지 그리고 평화의 시대에 사는 지금 세대가 얼마나 행복한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얼마 전에 TV에서 본 한비야 씨가 생각나기도 했다.
아직도 전 지구상의 70%가 문맹이고 그 중 2/3가 여성이라고 한다.
저자의 표현대로 나 역시 글자를 모르는 삶이란 정말 상상할 수 조차 없다.
단순히 끔찍하다 이런 개념이 아니라 글을 모르면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힘없는 하층민이 되는 것이다.
책에도 나오지만 영어만 할 줄 알아도 네팔에서는 가이드로 현지인 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책이 주는 무한한 기쁨, 삶의 확장, 경험해 보지 못한 또다른 세상, 정말 책이 없는 삶이란, 글자를 읽을 수 없는 삶이란 활자 중독인 나로써는 상상도 할 수 없다.
이런 당연한 혜택을 전 지구상의 2/3가 단지 가난하다는 이유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니, 안타깝다.
한국인만 교육열이 넘치는 게 아니라 네팔 사람들 역시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지만 경제적 현실이 장벽이 된다고 했다.
먹고 사는 문제 뿐 아니라 아이들의 교육 문제도 전지구적인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다.
미국에서 도서관이 발달한 이유는 이민자들이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도서관에서 정보를 얻고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편다.
도서관이야 말로 가장 대표적인 공교육의 현장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학원 대신 도서관에 보내자는 바람이 불고 있다.
나 역시 아이를 낳으면 방과후 학습으로 학원 말고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고 싶다.
네팔 아이들이 당나귀가 실고 온 책을 보고 환호하는 장면들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 해서 금방이라도 기부금을 보내고 싶어졌다.
이 나라에서는 영어를 국어와 함께 가르치기 때문에 영어책을 읽는데 부담이 없는 것 같다.
사실 지난 번에 중국에 갔을 때도 천 원, 천 원 외치는 행상들이 많아 다 사 주지 못해서 마음이 무거웠었다.
처음에는 죄다 짝퉁이다, 길거리에서 저런 거 사 먹으면 배탈난다, 이런 식으로 부정적으로 생각했는데 관광객들의 호의를 바라는 행상들을 너무 야멸차게 거절해 버린 건 아닐까 마음이 무척 불편했다.
나에게 천 원은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돈인데 말이다.
풍족함은 만족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충분하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의 절제가 있어야 하고, 나 이외의 주변에도 조금은 나눠 줄 수 있는 여유가 보다 삶을 풍요롭게 아름답게 만들 것이다.
정말 내가 의미있게 생각하는 곳에 나도 기부라는 걸 해 보고 싶고 이런 운동들이 보다 대중적으로 확산되서 우리 사회를 이루는 건전한 풍토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