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서관에서 길을 묻다 선생님들의 이유 있는 도서관 여행
전국학교도서관담당교사 서울모임 지음 / 우리교육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편집이나 디자인, 사진 등은 무척 잘 구성되어 있다.
특히 사진은 전문 사진 작가가 아닌, 함께 간 교사가 찍었다고 하는데 색감이나 구도 등이 참 괜찮다.
반면 글 수준은 아무래도 전공자도 아니고 직업적인 에세이스트도 아닌 만큼, 기대치에 많이 못 미치는 편이다.
특히 유럽 도서관의 시스템이나 운영 실태 등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었던 독자로서는 많이 실망할 수 밖에 없다.
이건 차라리 유럽 도서관 기행, 혹은 그냥 여행기 정도로 생각해야 할 것 같다.
도서관 사서들이 맘먹고 유럽 도서관 시찰을 한 거라 기대한다면 얻는 정보가 너무 피상적이고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정부에서 도서관 연수를 보낸 것도 아니고 개인들이 알음알음 얻은 정보로 자기 돈 들여서 여행간 것인만큼 고급 정보를 기대하는 건 무리가 있을 것이다.
사서들이 직접 가서 본 유럽 도서관, 이런 식으로 홍보하기엔 내용이 너무 부실하다.
또 필자들의 문장력이나 주제에 대한 이해 정도도 상당히 피상적이라 기대에 못 미친다.
사진이 많이 실려 있어 300 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이지만 한 시간 만에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이런 것에 비하면 스웨덴 복지 실태에 대한 보고서를 냈던 <스웨덴 사회 복지의 실제>는 얼마나 전문적이고 훌륭한가!
그 책 역시 공무원 몇 명이 스웨덴 구청 등을 방문해 복지 정책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견학한 기록인데 정부의 지원을 받아 협력 요청이 되서 그런 건지 아니면 필자들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기왕이면 도서관에 대해서도 유럽 도서관과 한국 도서관의 운영 실태를 비교 분석한 제대로 된 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책 내용에 대해 잠깐 얘기하자면...
미국 도서관은 맥도널드 체인점 보다 더 많다고 한다.
숫자만 가지고는 인구나 국토 면적 등이 다르니 단순 비교가 어려울텐데, 맥도널드 체인점 보다 많다고 하니까 딱 감이 온다.
주위를 둘러보면 맥도널드 체인점은 동네마다 하나씩 있다.
여기보다 많다면 이건 정말 많은 거다.
한 동에 하나씩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내가 거주하는 안산시에는 도서관이 다섯 군데 있고 있고 대부분의 도시도 비슷할 것 같다.
한 구에 하나 정도?
예전에 읽었던 <우리야스 도서관 이야기>에서도 일본 도서관 역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마다 하나씩 분포하도록 분관들을 많이 만든다고 들었다.
가볍게 걸을 수 있는 거리마다 도서관이 하나씩 있다면!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도서관의 열혈 애용자인 내 입장에서 보면 한국 도서관도 정말 많이 발전하고 있고, 서비스도 잘 되어 있다.
어지간한 신간은 거의 실시간으로 구입해 주고 장서 분량도 상당히 다양해서 원하는 책을 못 찾은 적은 거의 없다.
또 요즘에는 대출 가능 시간을 밤 10시까지 늘려서 직장인도 퇴근 후에 빌릴 수 있게끔 배려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 책에 나온 것처럼 도서관 수가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다.
다른 책에서 본 것처럼 대학 도서관을 지역 주민이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요즘은 그래도 많이 좋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도서관은 책 읽는 곳이라기 보다는, 공부하는 독서실이다.
열람실이 시험 준비생들에게 점령당한지 오래다.
새벽부터 줄서기를 하지 않으면 열람실에서 책 읽기란 불가능하다.
다행히 요즘에는 종합자료실에서는 개인 공부를 금지하는 곳이 늘어서 적어도 자료실에서 만큼은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또 과천에 있는 정보과학도서관의 경우는 아예 열람실을 없애고 외국 도서관처럼 종합자료실에서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도록 쇼파 같은 편의시설들을 들여 놨다.
사진에서만 보던 환상적인 독서 공간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한민국 같은 취업 전쟁터에서 수험생들 보고 시험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결국은 도서관 수를 늘려서 공간을 확보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책에 나온 도서관 사진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단순히 책을 서가에 배치하는 게 아니라 마치 서점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읽을 수 있는 욕구가 생기도록 진열해 놨다.
철제 책꽂이 등을 이용해 사방에서 전시된 책을 볼 수 있게끔 되어 있다.
도서관이 서점처럼 책의 배치나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쓴다면 이용객들이 훨씬 늘 것 같다.
또 독서공간도 지금처럼 단순히 책상과 의자만 있는 게 아니라 푹신한 소파나 독서등 같은 걸 구비해 놓으면 더 많은 사람이 도서관에서 책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전문 사서들을 늘리는 것도 중요한 문제 같다. 
외국 도서관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부러웠던 게 바로 이 사서들의 역할이다.
우리나라 도서관에서 사서는 단순히 책을 빌려 주고 반납하는 단순 업무가 주를 이룬다.
아르바이트생이 해도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수가 너무 부족해서 단순 대출 업무를 하기에도 바쁘다고 하는데 사서 인력들이 늘어나서 이용객이 원하는 주제를 말했을 때 추천해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나라 사서들에 대해 불만을 얘기하자면, 책을 추천해 주기는 커녕, 책 이름과 대출 기호까지 말하고 찾아 달라고 해도 자리에 없으면 없는 거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이 책에 따르면 유럽에서는 학교 과제를 도서관에서 사서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다고 한다.
방과 후 학습이 학원이 아닌 도서관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내용은 미국 도서관 책에서 여러 번 봤었다.
이래서 선진국에는 학원이 한국처럼 기승을 부리지 않는 건가?
아이들이 학교가 파한 후 학원 대신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또 도서관에서 얼마든지 과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 과제를 사서들의 도움을 받아 멋지게 해낼 수 있다면!
사교육 대신 공교육이 신뢰받을 수 있는 사회야 말로 진짜 경쟁력 있는 보다 평등한 사회가 되지 않을까. 

정보 이용의 공평성이야 말로 평등한 사회의 척도가 될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접근성이 향상되긴 했지만 고급 정보는 아무래도 책에서 더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도서관이 시민들의 정보 이용 장소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 도서관에 대한 책에서 아주 인상적인 예를 본 적이 있다.
9.11 테러가 났을 때 뉴욕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기획을 통해 지역 주민들에게 여러가지 정보를 제공했다고 한다.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곳이 아니라 지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은 나날히 발전하고 있고 시민 사회에서 더욱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에서 도서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더 자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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