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보는 새로운 창 W
MBC W 제작진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11월
평점 :
품절


원래 다른 책을 빌리려고 한 건데 신간도서 코너에 있길래 집어 들었다. 
진행자 최윤영을 전면에 내세운 표지는 마음에 안 들지만 (유명인에 기댄 느낌?) 당신이 모르는 세계의 이슈들이라는 홍보 문가가 마음에 와 닿아 빌렸다.
우리가 잘 모르는 세상, 미국과 일본, 중국 등지가 아닌 좀 더 넓은 세상,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EBS 의 e지식과 비슷한 기획물 같기도 하고 내용은 좀 얕은 편이지만 신문에 잘 안 나오는 이슈를 짚어 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사진도 많아서 보는 재미가 있고 지하철이나 침대에 누워 가볍게 읽어 볼 만 하다. 

사천성의 대지진도 끔찍했지만 미얀마의 쓰나미가 왔을 때 두 정부의 태도는 정말 비교된다.
중국이 세계에 구호 요청을 하고 참사의 현장을 솔직하게 공개했던 것에 비해 미얀마 정부는 철저하게 언론을 통제해 구호팀이 들어오는 것도 막았다.
그러면서 총선거를 실시해 90% 이상의 군부 지지율을 끌어냈다.
독재정권이 국가에 얼마나 큰 폐해가 되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이 물러간 이라크에는 여전히 폭탄테러가 분분하다고 한다.
후세인이 집권할 때는 수니파가 다수였는데 미국이 시아파와 손을 잡으면서 수적으로는 열세이나 권력을 잡게 되자 기존의 수니파 군인들이 지하무장세력으로 돌변해 테러를 가하는 것이다.
이 점은 미군의 전쟁 도발과는 별개로 이라크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야 하는데 폭탄 테러의 위험보다는 맥락에 안 맞게 미국을 비난해서 어리둥절했다.
테러 때문에 난민이 된 이들은 시리아 등지로 넘어가고 있고, 반대로 부자들은 요르단에 가서 사업을 한다고 한다.
한 국가에서 재난이나 전쟁이 터지면 주변 국가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면 확실히 세계화가 된 것 같고, 우리가 보다 더 넓게 관심을 가져야 함을 느낀다.
한국이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군인들을 이라크에 파병했다는 자료는 참 착잡하다.
더군다나 미국은 전쟁의 직접적인 책임자인데 스웨덴이 9천여 명을 난민으로 받았던데 비해 겨우 500여 명의 난민만 수용했다고 한다.
이민 문제가 미국의 중요한 이슈임은 알고 있으나 정말 이 전쟁이 꼭 필요했는지 진정한 승자는 군수업체 뿐이라는 말에 공감하는 바다. 

말라리아 이야기는 참 안타까웠다.
모기장만 제대로 쳐도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도 모기장을 보내지만 어떻게 칠 줄 몰라 구호품을 이용하지 못한다고 하니 안타깝다.
특히 아이들이 제일 큰 희생자가 되기 때문에 더 큰 문제다.
우간다의 경우 국토의 90% 이상이 말라리아 위험 지대라고 한다.
병원에 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짜 말라리아 약을 시장에서 구입해 복용해 문제는 더 커진다.
이런 질병의 경우 국가 차원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고 빈민촌의 환경을 개선하고 무엇보다 쉽게 의료진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는데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경제력이 받춰주지 못하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부분이야 말로 인도적인 차원의 지원이 필요할 것 같다.  
한국도 이제 경제대국이라 자부하는 만큼 잘난 척만 할 게 아니라 선진국처럼 주변 국가에 온정의 손길을 국가적 차원에서 나눠 줘야 할 것이다. 

런던의 집값 문제는 서울 집값에 허걱하는 나에게 실감나게 와 닿았다.
대도시로 몰리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 같은데, 런던의 경우 서울처럼 아파트가 일반화 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정원이 있는 이층집이 영국인들의 꿈이다 보니 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엄청나게 집값이 뛰고 있다.
전세제도도 없는 만큼, 월세로 몇 백만원을 낸다고 하니,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스웨덴 같은 북유럽의 주택 정책은 얼마나 부러운지!
사는 것보다 임대하는 것이 더 이익이고, 대학생들에게도 국가에서 독신자 아파트를 지원해 준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북유럽은 인구밀도 조밀하지 않은 곳이고 사회주의 정책기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영국이나 미국 같은 자본주의 국가와는 다른 분위기인 것 같다.
심지어 보트나 컨테이너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수도 중심이 아니라 지방 산업 발달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 인구 과밀이 해결되지 않을까?
나조차도 지방에서는 살기 싫으니 (문화적 소외감이 정말 크다) 비싼 집값에 허걱하고 살 수 밖에 없다.
<마이크로 트렌드> 라는 책에서 익스티림 통근족이라고 한 시간 반 이상을 출근에 쏟는 경향을 읽은 바 있는데 어쩔 수 없이 한국도 길바닥에서 쏟는 시간이 많아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인구는 줄어서 걱정이고, 수도 과밀 현상은 해결되지 않고 참 답답한 문제다. 

과소비를 거부하는 미국인들의 추세도 신선했다.
다른 건 몰라도 가죽 제품을 살 때 가끔 마음이 찔린다.
사실 가방은 인조가죽이면 싼티가 나고 금방 해지기 때문에 가죽으로 사는데 얼마나 많은 동물들의 피부가 벗겨질지 마음이 무거워진다.
모피야 안 입으면 그만이지만 가방은 인조가죽에는 손이 안 간다.
나는 채식주의자도 아니고 모피나 가죽 제품을 거부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 가방을 반드시 동물들 피부를 벗겨서 사용해야 하는지 그 점은 양심에 좀 찔린다.
사람이 육식을 금할 수도 없고 모든 가죽을 금기시 할 필요도 없으나 가능하면 적게 소비하고 왠만하면 가축들의 희생을 최소화 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은 든다.
특히 요즘의 이 과소비 문화는 뭔가 바뀌어야 함은 분명하다.
책에 소개된 것처럼 쓰레기통에서 유용한 양식을 구할 필요까지는 없더라도 과소비가 부의 상징이 되고 위세품이 인격을 결정하는 추세는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구찌 가방 들었다고 자랑할 게 아니라 사회 봉사 활동을 얼마나 하는지로 인격을 평가하는 그런 분위기가 된다면 좀 더 세상은 살만해지지 않을까? 

가벼운 터치로 여러 나라의 이슈들을 짚어 줘서 재밌게 읽었고 이런 가벼운 다큐멘터리식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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