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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을 고전의 반열에 올려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하여튼...
작년 10월 쯤에 읽고 다시 꺼내든 책이다.
<프라하의 봄>으로 번역된 영화를 먼저 봤고 다니엘 데이 루이스와 줄리엣 비노쉬가 너무 인상적이라 읽게 됐던 책이다.
그런데 정작 책은, 영화의 분위기와 다소 달랐고 몰입하기 힘들어 대충 보고 말았는데 이번에 <지상에서 영원으로>를 워낙 인상깊게 읽어 현대 소설에 대한 애정이 무한히 생겨 다시 꺼내들었다.
그러나 솔직히 이번에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지난 번 보다 더 몰입이 안 됐다.
나는 아무래도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기법 보다는, 정밀한 심리 묘사나 상황 설명에 더 끌리는 것 같다.
나는 기본적으로 토마스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기 힘들다.
내가 여자인 탓도 있을 것 같은데 나는 사랑에 관해서라면 한 사람에게 성실한 테레사 타입이다.
토마스는 섹스를 가벼운 게임 정도로 생각한다.
테레사를 사랑하고 그녀와 잠드는 것을 좋아하고 인생의 반려자로 결혼까지 했으면서도 여전히 매일밤 다른 여자를 찾아 다닌다.
사랑과 섹스는 정말로 별개일 수 있을까?
혹은 한 사람을 깊이 사랑하면서 다른 여자와 별 부담없이 섹스라는 게임을 즐길 수 있을까?
성적 묘사들이 가끔 등장하는데 에로틱 하다기 보다는, 토마스라는 남자의 심리 구조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고 바람 피우는 남자들의 뻔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 것 같아 역겨웠다.
다만 그가 신문에 기고한 공산주의 비판에는 동의하는 바며, 그것을 철회하지 않고 유명한 외과의에서 유리창 닦이로 전락하는 고통을 감수한다는 설정에서는 깊이 감동받았다.
어쩌면 그는 세상의 모든 억압에 저항하는 진정한 개인이고 자유인인지도 모르겠다.
일회성 섹스들은 일부일처제라는 제도에 저항하는 것인가?.
의사라는 직업이 당에 대한 충성도로 결정되는 것이 바로 공산주의의 현실이다.
토마스는 유명 정치인도 아니고 다만 이름이 좀 알려진 의사일 따름이다.
소련군이 프라하로 진군하기 전 독자 투고란에 작게 썼던 칼럼 하나가 병원에서의 근무를 막을 만큼 대단한 영향력이 있었던 것도 아닐텐데 그로부터 천직을 뺏을 만큼 공산주의 사회는 경직되어 있다는 말인가!
모든 시위와 단체 행동을 거부하는 사비나의 자유주의도 이해된다.
늘 배반을 꿈꾸는 사비나의 사고방식도 이해하기 쉬운 건 아니지만 공산주의 사회의 획일성과 집단성은 모든 인간이 하나의 개인으로 우뚝 서야 한다는 현대적 가치관과는 매우 대립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