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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기술
모티머 J.애들러 외 지음, 민병덕 옮김 / 범우사 / 1993년 3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내가 읽은 독서법 관련 책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정말 탁월한 책이다.
신촌에 갔다가 홍익문고가 보이길래 들어가서 고른 책이다.
신촌 근방에는 유일한 서점이라고 하는데 무척 작아서 대형서점만 다니던 나에게는 좀 놀라웠다.
그런데 사람이 퍽 많았고 나름 책 배열도 알차다는 생각이 든다.
1990년대에 출간된 책이라 값도 7천 얼마였던 것 같다.
워낙 유명한 책이라 작가의 이름은 종종 들어왔지만 뻔한 얘기일 것 같아 여지까지 미뤄왔던 차에 우연히 집어 들고 무척이나 만족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책에 소개된 대로 내가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서를 열심히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는 말이 딱 맞은 셈이다.
모든 책을 다 분석적으로 읽을 필요는 없다.
특히 소설처럼 줄거리가 있는 책은 단어나 문장의 의미를 꼼꼼히 분석하기 보다는, 흐름을 놓치지 않고 한 번에 쭉 통독하는 편이 몰입하기에 좋다.
다른 책에서 본 스킬인데, 첫 50페이지를 열심히 읽으면 전체 사건의 개요를 파악하게 되서 소설에 쉽게 빠져 들 수 있다고 한다.
나 역시 이 기술에 동의한다.
<오만과 편견> <폭풍의 언덕> 을 읽을 때 처음에 너무 재미가 없어서 읽다 말다 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서 노트에 등장인물이나 관계도를 그리면서 읽었더니 곧 집중하게 되고 쓰지 않아도 눈으로 문장을 따라가면서 재밌게 읽울 수 있었다.
분석적 독서는 나처럼 인문사회적 책을 읽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특히 독서의 가장 고차원적 기술인 신토피칼 독서법에 적당하다.
내 경우는, 어떤 책을 읽고 나서 그 주제에 관심이 생기면 비슷한 주제로 된 다른 책들을 섭렵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라고 할까?
이를테면 고구려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그러면 고구려의 역사에 대해 쓴 책을 관점이 다른 저자별로 읽어 본다든가 아니면 역사 대신 문화적인 면에서 쓴 책을 읽는다거나, 방향을 좀 틀어서 박물관에 가서 고구려 관련 유물을 살펴 본다든가 이런 식으로 관심의 폭을 넓혀 가는 것이다.
더 좋은 방법은 책에 소개된 대로 하나의 주제로 여러 책을 읽은 후 관점을 저자별로 정리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책도 쓸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이 단계까지는 못 가겠다.
상당히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특별한 목적을 위해서 하지 않으면 자칫 지루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흥미가 떨어지면 그 때부터 독서는 놀이나 취미가 아닌 노동이 되버린다.
취미로서의 독서, 놀이로서의 독서!
이것이야 말로 내가 추구하는 독서의 본질이다.
독서를 할 때 제일 아쉬운 점은 내가 책을 사지 않고 빌린다는 데 있다.
솔직히 책을 사도 그 책을 두 번 읽을 때는 거의 없다.
항상 관심의 폭은 넓고 시간은 부족하기 때문에 신간들에 눈이 돌아가 재독을 하기 어렵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 빌려 보는데 내 책이라면 좀 더 효율적이고 집중적인 독서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줄도 치고 메모도 하고 여백에 주제 같은 것도 쓰면서 말이다.
책값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돈도 돈이지만 공간 문제도 만만치 않은 골칫거리다.
벌써 나는 큰 책장 두 개를 가득 채웠기 때문에 또 한 번 산 책은 마치 자식 같아서 도저히 버릴 수가 없기 때문에 책을 살 때마다 공간 문제로 고민을 하게 된다.
전자책이 활성화 되면 좀 나아질까 싶으면서도 정작 책이라는 물질 자체가 주는 기쁨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아마도 종이책은 영원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제대로 된 독서의 기술을 습득한다면 공부할 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좋은 책은 재독, 삼독 할수록 새롭게 발견되는 맛이 있다.
나도 남독 대신 한 권이라도 꼼꼼히 읽는 습관을 들여야 할텐데 성격이 너무 급하고 욕심이 많다 보니 빨리빨리 얕게 읽게 된다.
하여튼 내 독서법이 틀리지 않았다는 검증을 하게 되서 무척 기쁘고 이 책에 나온 기술들을 현실에서 더 많이 적용시켜 보고 싶다.
논문을 쓸 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