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영원으로 - 상 - Mr. Know 세계문학 57 Mr. Know 세계문학 57
제임스 존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영화로 먼저 접한 책.
어렸을 때 주말의 명화로 본 후, 얼마 전 DVD로 다시 봤고, 감독이 뭘 말하고 싶었는지 잘 몰라서 책으로 읽기로 했다.
보통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데 이 책은 특별히 표지가 예뻐서 구입했다.
친구가 사당 반디 앤 루니스에서 사 줬던 기억이 난다.
열린책들의 <미스터 Know> 시리즈는 일단 가방에 넣기 편하고 표지가 화사해서 읽고 싶은 충동이 새록새록 생긴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이 시리즈로 읽었다. 
분량은 무려 세 권!
각 페이지가 500 쪽 이상이니 상당히 양이 많은 편이다.
그렇지만 묘사력은 정말 탁월해서, 역시 현대 소설은 고전과 다르구나 하는 걸 느끼게 된다.
미국 사람들이 읽는다면 가슴 절절하게 감동하면서 읽을 것 같다. 
그렇지만 문화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특히 속어의 어설픈 번역에도 불구하고 나 역시 너무나 재밌게 또 감탄하면서 읽고 있다.
보통 소설은 줄거리나 사건의 전개를 따라 대강 빠른 속도로 읽곤 하는데 이 책은 문장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읽고 있다.
이문열의 소설을 읽을 때처럼 문장을 음미하게 된다.
폴 오스터의 문체와는 또다른,  무미건조하면서도 정곡을 콕콕 찌르는 기막힌 묘사력! 
역시 영화는 소설의 적수가 못 되는 것 같다.
영화에서의 분위기와 전혀 다르다.
그렇지만 영화를 봐서 책 속의 인물들을 상상할 때 훨씬 생생한 느낌이었다.
특히 소설의 거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워든이 영화 속 배우와 이미지가 거의 일치한다.
인상착의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소설에서도 그렇고 영화에서도 나는 주인공 프리윗 보다 워든이 훨씬 더 매력적이고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소설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프리윗의 삶이 애잔하고 허망하게 느껴진다.
워든은 대체 왜 장교 진급을 거부하는지, 카렌과의 관계 발전은 어떻게 이뤄질지 궁금한 게 무척 많다.
아, 정말 탁월한 소설가이고 감탄할 만한 문장력을 가졌다.
지하철에서 조금씩 읽는 바람에 연속성이 좀 떨어지긴 하지만 오랜만에 소설다운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로 거론되는 워든과 카렌의 파도 속 키스 장면은, 소설에서는 어처구니 없게도 카렌이 추워 하는 바람에 엉망이 된 첫 데이트로 묘사된다.
웃음이 나왔다. 

나이가 좀 들어서 읽은 탓인지 성과 여자, 섹스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책에 나온 말인데 식욕과도 같은 본능 때문에 죄를 받아야 한다는 건 부당하다는 생각도 든다.
유교 문화권에서 살아서인지 내가 여자여서인지 혹은 기독교 영향 탓인지 섹스는 왠지 불결하고 더럽고 어둡다는 생각을 했었다.
키스까지는 아름다운데 손을 잡고 모텔로 들어가 옷을 홀라당 벗고 신음하는 것은 아무리 미화를 해도 그저 포르노, 배설 등에 지나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성욕이야 말로 인간에게 너무나 기본적이고 중요한 욕구이기 때문에 과부의 재가를 금한 유교 논리라든가 섹스를 금한 천주교의 사제나 수녀 제도 등은 어쩐지 부자연스럽고 비합리적으로 보인다.
군인과 여자, 혹은 군인과 섹스, 너무나도 밀접하고 잘 어울리는 단어의 조합이다.
아마도 창녀촌은 인류 역사에서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마치 음식점처럼 말이다.
아무리 섹스를 좋아하는 여자도, 처음부터 무조건 들이대지는 않는다는 워든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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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9-03-1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조만간 읽으려고 생각중이에요. 꼭 읽어봐야겠어요. 훌륭한 리뷰 감사~

노이에자이트 2009-03-15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윤기 번역본으로 읽었는데 하도 오래되어 가물가물하네요.데보라 카와 버트 랭카스터의 키스 장면이 정말 멋있는 영화였죠.마지막에 파도에 꽃 뿌리는 장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