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맨을 위한 아티스트 웨이
줄리아 카메론 외 지음, 원은주 옮김 / 웅진윙스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와, 얼마만에 읽은 자기 계발서인가! 
나는 이렇게 성공했다, 혹은 이렇게 돈 벌었다는 책은, 바로 당신이 그 책을 사 주기 때문에 저자가 돈을 벌고 성공하는 거라는 시니컬한 문장을 읽은 후부터 자기 계발서에 대한 관심이 뚝 끊겼다.
그럴싸한 말로 사람을 현혹시킨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인생 최고의 책이라 할 수 있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Flow> 이후, 더 이상의 자기계발서는 없다고 생각하고 그 후로는 거의 손을 안 댔었다.
그러다가 어떤 분의 블로그에서 이 책을 추천받고 집어 들게 됐다.
모닝 페이퍼라는 아이디어가 신선하게 들렸다.
마침 도서관에 있길래 호기심을 갖고 집어 들었는데 판형이나 디자인이 괜찮다.
역시 아이디어는 바로 그 핵심 단어, 모닝 페이퍼로 요약된다고 할 수 있겠다. 

이른바 자유연상 기법을 활용했다고 할까?
정신과 치료 때 이 자유연상 기법을 이용해 맥락이나 목적, 주제 같은 거 생각하지 않고 생각나는대로 마음 내키는대로 종이에 적어가면 그 사람의 무의식에 억눌려 있던 것들이 튀어나오면서 긴장감이나 갈등이 해소된다고 배웠던 것 같다.
저자는 그런 면에서 이 모닝 페이퍼가 일정한 주제를 갖는 일기와 다르고, 또 컴퓨터 대신 반드시 손으로 노트에 적어야 한다고 했다.
그 점에 동의하는 것이, 확실히 컴퓨터로 일기를 쓰게 되면 자꾸 문장을 만들려고 하고 자유롭게 쓰기가 어려워진다.
하나의 주제로 글이 모이기 때문에 주제에서 벗어난 얘기는 스스로 걸러 버린다.
또 가능하면 좋은 얘기만 쓰려고 하기 때문에 나중에 내가 쓴 일기를 읽어 보면 진짜 내 마음과는 약간의 거리가 있어 보인다.
뭐랄까, 좀 그럴듯 하게 보이려고 약간의 위장을 한다고 할까?
나 혼자 읽는 일기인데도 말이다.
옛날에 전여옥이 정치에 입문하기 전 나름 그녀의 에세이에 자극을 받을 때 (지금은 정말 너무 싫지만) 자기는 아침에 출근해서 일기를 쓴다는 말이 있었다.
저녁 때 일기를 쓰면 감상적으로 흐르기 쉬워서 아침에 출근해서 잠깐 전날 있었던 일과 하루를 시작할 때 마음가짐을 정리한다는 것이다.
나름 일리가 있어 보여 해 보려고 했는데 항상 바쁘고 정신없는지라 실천을 못했었다.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나서 바로 오늘 한 시간 정도 빨리 일어나 모닝 페이퍼를 써 보려고 했다.
그런데 이 놈의 노트가 준비가 안 된 것이다.
뭘 좀 해 보려고 해도 기본적인 것들부터 준비가 안 되어 있으니 할 수가 있나?
괜히 금쪽 같은 아침 시간에 빨리 일어나 방황하다가 다시 잘 수도 없어서, 대충 A4 용지에 끄적여 봤다.
어제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았던 일들이 마구잡이로 튀어 나왔고 약간의 위로도 받은 느낌이었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은 정말 만고의 진리이고 어쩌면 지극히 이기적인 존재인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명언인데도 막상 현실에서는 실천하기 어렵다는 걸 종종 느낀다.
특히 나처럼 이른바 "희생자 정서" 를 가진 사람은 더더욱 말이다.
어떤 집단에서든 일종의 역할이라는 게 있는데 나는 주로 남을 돕고 내가 손해보는 희생자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특히 가족이라는 공동체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내가 남을 위해 뭔가 했을 때 얻는 뿌듯함, 혹은 사람들의 칭찬, 쟤 정말 착하다, 이런 말을 들을 때 행복감을 느끼는데 문제는 이게 지나쳐 나중에는 약간의 자기비하로 나가는 것이다.
물론 실제의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지만, 남과의 관계에서는 항상 내가 손해보는 쪽을 택하고 남을 치켜 세워주면서 나 자신은 낮추는 그런 제스춰를 취한다.
하여튼 이 책에 따르면 자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이 남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인다고 한다.
간단한 예로 남편과 아이들 뒷바라지 하느라 화장도 안 하고 옷도 심란하게 입는 아내와 엄마가 고마우면서도 남들에게 내놓기는 부끄럽고 창피한 그런 가족들의 심리라고 할까?
<장미빛 인생>에서 최진실이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살았는데 막상 가족은 그를 부끄러워 하고 남편은 예쁜 여자를 찾아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저자는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약간의 사치를 부리라고 조언한다.
아티스트 웨이라는 제목도 이것과 같은 맥락인데, 일상의 미의식을 높힐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다.
기왕이면 하다못해 머그컵 하나도 예쁜 걸로 사고, 목욕할 때도 향비누로 하고, 커피도 좀 맛있는 걸로 먹고, 뭐 이런 자질구레한 사치들 말이다.
아니면 좀 우아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가, 혹은 뮤지컬을 보러 가던가 하는 문화생활 같은 것도 해당된다. 
큰 돈 들이지 않아도 삶을 조금 더 그럴듯 하게 만드는 소소한 방법들이 많이 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역시 직장에서 열정을 잃지 않는 것이리라.
우리는 모두 경제적 인간이고 돈 없이는 못 사니까.
앞서 말한 그 사치도 결국 삶의 활력을 잃지 않고 감정이 고양되야 직장에서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말과 통한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노는 것, 이게 정답일 것 같다.
하여튼 책에서 말하는 대로 앞으로 12주 동안 열심히 모닝 페이퍼를 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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