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전염병들
브린 바너드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200 페이지도 안 되는 굉장히 짧은 책이지만 내용은 알차다.
삽화가 첨부되어 중고등학생들도, 혹은 똑똑한 초등학생도 쉽게 읽을 수 있을 수준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대표적인 전염병 여섯 가지에 대해 기술했다.
페스트나 콜레라, 천연두의 무서움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에는 생소한 황열병은 이름만 들어봤지 실제로 이렇게 무서운 전염병인 줄은 처음 알았다.
얼굴이 누렇게 뜨면서 황달이 오고 열이 나서 황열병이라고 부른다.
천연두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몰살시킨 데 비해, 황열병은 아프리카를 침입한 백인들을 쓰러뜨렸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아미스타드의 반란은, 아마도 황열병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추측한다.
책에 언급된 걸 보니 영화에 대한 관심이 생겨서 조만간 볼 생각이다.
삽화가 좀 유치하긴 하지만 대신 아예 한 면을 전부 차지할 만큼 큼직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마치 어린아이들 그림책처럼 큼직큼직 하다.
특히 흑사병이 유럽을 강타할 때 우스꽝스러운 복장을 하고 주술적인 행위를 하는 당시 의사들의 모습이나 채찍 고행단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렸다.
조금만 더 삽화에 신경을 썼더라면 훨씬 더 훌륭한 책이 됐을 것 같다.
예방의학 시간에 무조건 암기했던 존 스노라는 사람이나 채드윅 등이 현대 공중보건정책의 기초를 세운 사람으로 언급되어 무척 감회가 새로웠다.
인도의 풍토병이었던 콜레라가 전세계로 확산된 것은 영국 제국주의 군대 덕분이었다.
로마 군단 역시 6세기 무렵 에티오피아에서 페스트를 유럽으로 들여 왔다.
40일 간의 검역법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40일 단식을 토대로 만들어낸 격리 기간이라고 하니, 기독교가 서양 문화에 미친 영향을 새삼 확인하는 기분이 든다.
제논의 우두법이 개발되기 전, 중국에서는 이미 천연두를 앓고 난 사람의 고름을 코로 흡입시켜 접종하는 방법이 시행되었다.
경험상 한 번 걸리면 평생 면역을 획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대신 이 방법은 예방하려다가 오히려 천연두에 걸려 죽는 확률이 50명 당 1명 꼴로 다소 높은 편이었다.
제논의 우두법 덕분에 천연두를 완전히 박멸했으니 전염병 역사에서 기록할 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조선 시대 전염병을 다룬 책에서 천연두가 곧 두창이고 당시 시력상실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심봉사도 바로 두창 때문에 맹인이 됐을 거라고 흥미로운 가정을 한 바 있다.
천연두를 의학용어로 small pox라고 하는데 대체 왜 small 인지, 그렇다면 great도 있는지 궁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great pox는 바로 큰 종기를 만드는 매독을 일컫는 말이고 그것에 비해 딱지가 작다고 붙여진 라틴어였다.
서양에서 질병 기전이 정의되는지라 라틴어나 서양 역사에 어느 정도 지식을 가져야 비로소 제대로 된 이해가 가능한 것 같다. 

흥미롭게 읽은 책이고 독특한 시리즈라 다른 책도 읽어 보고 싶다.
유명한 맥닐의 <전염병의 역사>를 청소년용으로 압축한 느낌이 든다.
의학의 발전은 적어도 유아 사망률 감소나 전염병 퇴치에 있어서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대체 누가 현미경에서 보이는 그 조그마한 극미동물들이 질병을 일으킨다고 상상이나 했겠는가?
그 전의 연구가 누적된 결과겠지만, 질병이 세균설을 입증한 파스퇴르나 코흐에게 경의를 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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