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핀란드에 있다 - 국가 경쟁력 1위의 비밀
리차드 루이스 지음, 박미준 옮김 / 살림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기대했던 것 보다는 다소 실망스러운 책.
에세이가 갖는 한계 같다.
아마도 나는 핀란드의 역사나 경제 구조 등에 대해 보다 분석적으로 기술한 책을 원했던 같다.
핀란드 사람들의 기질이나 성향에 대해 개인적인 느낌을 서술한 부분이 주를 이루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주관화의 오류를 갖게 된다.
차라리 우리나라의 공무원들이 스웨덴을 방문해 복지 정책의 실제에 대해 분석한 책이 훨씬 현실적으로 와 닿는다.
첫 장에서 서술한 바대로 핀란드인은 이렇다, 라고 정의하는 게 상당히 주관적이고 전형적인 것 같으면서도 결국 문화란 것 자체가 집단적으로 프로그래밍 된 학습화이고 보면 아주 특별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슷한 가치관과 특성을 공유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집단 단위의 분석은 분명히 의의가 있고 강준만이 쓴 한국인의 특성 같은 책을 읽을 때도 많이 공감했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 민족이나 사회는 어쩔 수 없이 수박 겉핥기 식의 피상적 관찰이라는 한계를 갖게 된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스웨덴에서 1년 정도를 지낸 공무원이 쓴 책을 읽었는데 이 책처럼 스웨덴인은 이렇더라, 라는 식의 가벼운 묘사가 전부다 보니 스웨덴에 대한 지식이 생겼다기 보다는 그저 덜 알려진 나라를 방문한 사람의 감상기를 읽은 것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히려 짧은 기간이라도 복지 정책을 주관하는 공무원들이 직접 스웨덴 시청을 방문해 그들이 실시하고 있는 복지정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고 견학한 것을 보고서 형식으로 쓴 책이 훨씬 더 스웨덴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고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차라리 이 책 보다는 핀란드의 역사와 경제 구조, 정치사 등을 객관적으로 서술한 책이 핀란드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을 것 같다. 

저자의 필력은 비교적 고른 편이고 동양인이 북구의 나라를 보는 것 보다는 아무래도 좀 더 친숙하게 접근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핀란드어나 민족이 주변 국가들과는 굉장히 다르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강대국인 스웨덴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서 많은 시련을 겪었지만 굴하지 않고 오늘날의 복지 강국을 이룩한 핀란드인의 투지에 박수를 보내는 바다.
다만 핀란드인의 특성이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는 힘은 오늘날의 경제 수준과 복지 정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약 그들이 유럽에서 가난한 나라에 속한다면 저자가 입이 마르게 칭찬하는 그 장점들이 오히려 단점으로 거론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집단을 칭찬하거나 비난할  때는 현재의 결과에 비춰서 해석하는 결과론적인 판단임을 언제나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여전히 유럽적인 편견을 느낄 수 있었던 점을 지적한다면 과거에 핀란드인은 언어 때문에 아시아 계통이라고 생각됐으나 오늘날에는 고대부터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살았던 토종 유럽인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고 다행스러워 한다.
유럽에 속한 사람들이라 기원이 못 사는 아시아 보다는 유럽 인종이라는 게 자부심의 근원이 될 수 있는 것인가?
아시아 하면 역시 중국과 일본이 독자적인 문화권으로 항상 언급되는 가운데 기쁘게도 한국은 딱 한 번이지만 핀란드 보다 높은 교육열을 지닌 유일한 국가로 등장한다.
한국인의 교육열은 정말 세계적인 것 같다.
핀란드의 문자 해독율이 99%라고 하는데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우리의 교육열 역시 학벌주의나 사교육, 기러기 아빠 등으로 망국병처럼 거론되다가도 가끔은 오늘날의 무역 10위권 국가로 이끈 인적 자본의 근원이라고 정반대로 얘기되는 걸 보면 결국 어떤 기질이나 특성이 좋고 나쁘냐는 전적으로 현재의 결과, 즉 경제력이나 인권 수준, 복지 정도에 달린 게 아닌가 싶다. 

앞부분의 핀란드 역사 등은 비교적 재밌게 읽었고 여자로써 부러운 점은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인 평등성과 모성 보호 등이다.
사실 이 부분은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세히 소개받은 적이 있어 평소에도 부러워 하던 점이었다.
사진에 등장한 여성 총리도 다큐멘터리에서 봐서 낯익다.
그녀는 총리 관저에서 일을 하다가 점심 시간에 전통 시장에 나가서 저녁 식거리를 사고 있었다.
연출된 것으로 보기에는 너무나 자연스러워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이 주변 경호원과 취재진을 대동해 재래 시장에 시끌벅적하게 등장하는 것과는 굉장히 다른 느낌을 받았다.
아무리 여성의 사회 참여가 활발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회사의 고위직이나 정치 참여 부분에서는 밑바닥인 게 한국의 현실이고 보면 평등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건 몰라도 교육시키는 건 아들딸 가리지 않고 기를 써서 최고로 만들려고 하는 한국의 부모들이 있으니 한국 여성들도 언젠가는 세계인들이 부러워 하는 권리와 위치를 얻게 되리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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