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의 즐거움 - 아버지들의 도시를 찾아 떠나는 여행
이바르 리스너 지음, 최영인.이승구 옮김 / 살림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고학적 발굴을 다룬 책인데 집중하기가 좀 어려웠다.
발굴 과정을 다룬 책은 대체적으로 산만한 느낌이 들고 문화권이 달라서 그런지 발굴 뒷얘기 같은 게 재밌다기 보다는 생소한 느낌을 준다.
그래도 이 책은 비교적 쉽게 잘 쓰여진 편이다.
시대가 좀 뒤떨어진 느낌이 들지만 그런대로 흥미롭게 읽었고 이런 책도 반복해서 읽다 보니 비슷한 내용이 겹쳐지면서 어느 정도 윤곽이 그려지는 느낌이다.

1. 베링 해협을 건너 온 아메리카 인디언의 후손은 몽골리안이라기 보다는 코카서스 인종의 특징을 더 많이 갖고 있다.
당연히 아시아인이라고 생각했는데 따지고 보면 시베리아를 건너 왔으니 코카서스인과 비슷한 게 당연할 것 같다.
오히려 몽골리안들은 베링 해협이 열린 후 지금으로부터 2천년 전에 훨씬 많이 건너 왔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책을 읽어 봐야 할 듯.

2. 폴로네시아인들의 조상이 인디언이 아니라 동남아시아인이었음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완전 흑인인 뉴기니의 멜로네시아인들과는 상당히 차이가 있다고 한다.
오히려 폴로네시아인들은 곱슬머리가 없고 피부도 밝은 편이라 중국인과 비슷하다고 한다.
멜로네시아에는 머리 사냥 풍속이 있었는데 사람의 머리를 먹으면 그가 가지고 있는 힘, 즉 마나가 옮겨 온다고 믿었다.
식인 풍속도 단백질 섭취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이런 의식적인 행위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함.
이런 점에서 저자는 문화나 정신적인 관념들의 근원을 종교에서 찾았다.
따지고 보면 모든 문화권에서 종교가 사회의 중심이 되고 거기서 비로소 문화와 전통이 생겨난다.

3. 크레타인들과 미케네인들은 도리스인이 건너 오기 전 그리스 본토를 차지했던 에게해인들인데 크레타에서 맨 먼저 생긴 문자가 선상문자 A 이고, 이것이 선상문자 B로 바뀌었는데 미케네인들이 이를 가져다 썼다.
그러므로 선상문자 B는 고대 그리스어의 구어체인 셈.
해독하기 어려웠던 까닭은 문장으로 쓰여진 게 아니라 회계용으로 기록한 기호 비슷한 걸로 쓰였기 때문이라고 함.
크레타는 지진이나 화산 폭발 때문에 멸망했는데 기원전 1400년 경 미케네인들의 공격으로 최종적으로 망하고 만다.
호메로스가 노래한 아가멤논 등은 모두 역사 속의 인물들로 인정받고 있다고 한다.

4. 마야 문명은 과테말라 부근의 열대 우림에 세워졌는데 처음에는 사바나 기후였다가 강수량이 많아지면서 점점 정글로 변해가 결국 10세기 경 마야인들은 도시를 버리고 떠났다고 한다.
보통 이 때 유카탄 반도로 넘어가서 세운 문명이 아즈텍으로 알려졌는데 저자는 유카탄 문화가 마야와 동시에 번성했다는 점을 들어 이 가설을 부인했다.
다른 책으로 확인해 봐야겠다.

5. 저자는 성경의 기록들을 모두 사실로 받아 들인다.
솔로몬의 화려한 궁전이나 모세의 이집트 탈출을 전부 역사적 기록으로 가정한 후 얘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내 입장은 최소주의자이기 때문에 여호수아가 예리코를 함락했다느니 이집트 탈출 당시 파라오가 람세스 2세라느니 하는 말은 확실한 근거를 대지 않는 이상 단지 성경에 나왔다는 말만으로 증거를 갖다 붙이는 식의 전개는 받아들이 힘들다.
최근의 연구 성과가 수록되지 않아 아쉬운 대목이다.
더군다나 짐바브웨 유적이 이미 동아프리카인들에 의한 독립적인 문화임이 드러난 마당에 여전히 솔로몬의 오빌 운운 하는 건 시의에 뒤떨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고대 세계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대 문명의 교류라는 책도 읽긴 했지만 하여튼 정말 오래 전부터, 문명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인간은 땅 위를 걷고 혹은 바다를 건너 교류해 왔다.
또 그런 교류가 없었다면 오늘날 이렇게도 구석구석까지 퍼지지도 못했을 것이고 균질적인 문화를 이뤄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이동이야 말로 인간의 본성 같다.
세계 각국의 신화를 뜯어 보면 겹치는 구석이 참 많다.
읽으면 읽을수록 기독교가 헤브라이 민족의 독창적인 발명품이 아님을 확실히 느끼게 된다.
대홍수의 기억, 신전을 세우는 인간의 본연의 심성, 조상에 대항 숭배 의식, 비슷한 문화의 원형을 너무나 많이 발견한다.
굴드의 말대로 정말 우리는 최고의 안정성을 이룬, 매우 균질한 종인 것 같다.

고대 문화가 사라졌다고 해서 정말로 흔적도 없이 없어진 것은 아님을 저자는 강조한다.
사실 책의 서문과 에피소드 부분이 가장 감명깊었다.
우리가 과거를 연구하는 것은, 조상들이 남긴 문화가 바탕이 되어 현재의 우리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리라.
정신적인 것, 믿음과 전통을 잃어 버릴 때 물질적인 박탈보다 더욱 피폐해지고 결국에는 죽음에 이으리라는 말이 너무나 와 닿는다.
왜냐면 고대인들 보다 편한 삶을 살고 있다 해서 현대인이 그들보다 우월하다거나 행복한 건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다.
정말로 인간은 매우 정신적이고 의식적인 존재임이 틀림없다.
왜 고고학이 소중한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해 준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