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광선 (프리미어 신년 할인)
프리미어 엔터테인먼트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독특하다고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는 영화다.
여름날 풍경을 잡아낸 연출 기법은 퍽 신선하고 인상적이었으나 줄거리가 너무 빈약하다.
마치 <여자, 정혜>를 보는 기분??
주인공 델핀으로 나온 여배우 마리 리비에르는 날씬하고 매력적이다.
프랑스 휴가가 무려 4주나 되나니, 다시 한 번 놀라는 바다.
한국의 아가씨였다면 델핀처럼 이런 우울한 휴가 기분을 내보려고 해도 휴가가 워낙 짧아 곧 마음 정리하고 직장에 복귀해야 할 것이다.

델핀은 휴가 직전에 남자 친구로부터 함께 떠날 수 없음을 통고받는다.
우리로 치자면 마치 크리스마스 이브를 혼자 보내야 하는 상황?
그래도 크리스마스는 겨우 하루에 불과하지, 프랑스의 여름 휴가는 무려 4주나 된다!
이렇게 긴 시간 동안 남들 다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 혼자 남아 있어야 하는 끔찍함!
델핀은 열심히 친구를 찾으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마음의 외로움과 소외감은 커질 뿐이다.
델핀의 사교 스타일을 보면 의미없는 농담을 지껄이기 보다는 뭔가 진지한 대화를 원하고 일회적인 만남 보다는 서로 통하는 이상형을 추구하기 때문에 바캉스 한 철 보내는 애인을 쉽게 만들 수가 없다.
반면 그녀의 친구들은 이른바 헌팅도 잘 하고 처음 본 남자들과도 서스럼 없이 대화를 나눈다.
델핀은 좀 피곤한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델핀을 보면서 마치 나를 보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나도 처음 본 사람에게 낯을 가리는 편이고, 시시껄렁한 농담들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주 친한 친구들이 아니면 굳이 모임에 나가지 않는 편이다.
당연히 바캉스 한 철 애인 같은 건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녀와 대비되는 스웨덴 아가씨가 나오는데 세상에, 수영복은 입고 수영하냐고 놀라면서 묻는다.
아니 그럼 벗고 하라고?
그녀는 가슴을 환히 드러내고 다닌다.
오히려 가슴을 동여맨 델핀에게 그렇게 태우면 자국 남지 않냐면서 의아해 한다.
 이 아가씨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해변가에서 만난 남자들과 금방 사귄다.
델핀은 사교에 소극적이고 깊이 있는 만남을 원하는 아가씨라 어쩔 수 없이 혼자 있는 시간이 클 수 밖에 없는데 또 혼자 있는 것을 지루해 한다.
필연적으로 그녀의 여름 휴가는 우울해질 수 밖에 없다.

내가 델핀이라면 나는 오히려 그런 시간들을 편안하게 귀중하게 받아들였을 것 같다.
파리는 예술의 도시가 아닌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널려 있는 도시인데 대체 왜 외로워 한단 말인가?
물론 때로 소외감이 들고 친구가 그리운 때가 있다.
특히 남들 다 떠나는 휴가철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어쩔 수 없이 혼자 있어야 하는 때도 살다 보면 분명히 있다.
자신을 더욱 소외감으로 내모는 델핀이 안쓰러웠다.
녹색광선이 주는 의미를 깨닫고 드디어 새로운 사랑이 시작하는 걸로 영화는 끝난다.
<남과 여> 의 느낌과도 좀 비슷하다.
프랑스 영화는 확실히 할리우드와는 다른 영화의 공식이 존재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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