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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정 사용법
프랑수아 를로르.크리스토프 앙드레 지음, 배영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후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했던 책이다.
사실 큰 기대는 안 했다.
그렇고 그런 심리학 서적이 아닐까 싶으면서도 제목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 보게 됐다.
결과는 대만족.
정신과 전문의라고 해서 반드시 훌륭한 책을 쓸 만큼 그 분야에 전문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가령 김정일씨나 이나미씨처럼) 이 사람은 교수가 아니면서도 인간의 감정 상태에 대해 굉장히 쉽고 신뢰감 있게 글을 쓴다.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마치 에세이처럼 대충 쓴 국내의 일부 정신과 전문의들 책과는 수준이 다르다는 걸 느꼈다.
번역을 잘한 탓도 있겠지만 읽기도 굉장히 쉽고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명확하다.
정신과에서 말하는 방어 기제는 내가 흥미를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스스로 분석해 보기에 나는 경계성 인격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정의에 따르면 감정 변화가 크기 때문에 쉽게 감동하고 쉽게 눈물을 흘리며 또 쉽게 화를 내고 대신 금방 풀린다.
나는 성격이 굉장히 급하기 때문에 뭔가 원하는대로 안 된다거나 지체되면 쉽게 감정을 폭발하는 편이다.
대신 그 순간이 지나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풀린다.
다큐멘터리나 드라마에서 안타까운 사연이 나오면 눈물을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쉽게 감동받기도 한다.
또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착한 사람, 좋은 사람으로 인정해 주기를 열망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에게 싫은 소리를 못하는 편이고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화를 참는 편이다.
대신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는 사람에게는 잘못된 일처리라고 판단되면 조목조목 따지는 편이다.
관계의 안정성이야 말로 내가 가장 추구하는 덕목이다.
저자에 따르면 분노는 수위 조절을 해서 표현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참으면 감정이 안으로 쌓이기 때문에 원한으로 발전할 수 있을 뿐더러, 상대방도 나를 무시하게 된다.
분노의 표현은, 파괴적인 행동으로 가기 전 상대방을 위협함으로써 극단적인 결과 대신 적당한 행동 변화를 야기시킬 수 있다.
마치 실제로 싸움은 하지 않고 얼굴 표정과 말로써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의 집단 생활은 동물들의 세력 다툼과 매우 유사해서 집단 내 싸움은 대체적으로 지위과 관계된다.
명예가 훼손됐다고 느끼거나, 지위에 걸맞은 대우를 못 받았다고 판단되면 분노하게 된다.
특히 남자 청소년들처럼 자아가 약한 집단 내에서는 종종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폭력을 사용한다.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으로 저자는 분노, 시기심, 질투, 사랑, 기쁨, 슬픔, 두려움, 수치심 등을 꼽는다.
감정은 인간의 행복이나 안정성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감정을 잘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저자는 그에 대한 방법으로, 자신의 감정을 잘 인지하고 적절하게 표현하며 감정이입을 하라고 충고한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공감하는 것, 혹은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것, 우리가 흔히 듣던 역지사지의 방법이다.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를 잘 인지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하나의 문장으로 표현함으로써 감정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대한 행동 방식을 결정하면 보다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 때 일기를 쓰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된다.
또 정서적으로 지지해 줄 사람에게 감정 상태를 털어놓는 것도 일종의 분출 효과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의 해소에 도움이 된다.
단 격려해 주고 호의적인 사람에게 털어 놔야지 경쟁자에게 솔직히 말한다면 약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꼴이므로 관계는 더욱 자신에게 불리해질 수 있다.
단순히 털어 놓는데서 끝나지 않는 경우는, 즉 생각을 바꾼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므로 정신과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두려움을 지나치게 많이 느끼는 것은 단지 용기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두려움을 느끼는 부분인 소뇌 편도가 유달리 활성화 되서라고 한다.
즉 심리적인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이런 현실적인 충고가 마음에 든다.
감정을 컨트롤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고, 저자도 인정하는 것처럼 마음을 달리 먹는다고 해서 쉽게 바뀌는 문제도 아니다.
다만 내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지나친 흥분으로 내 자신을 다치게 하지 않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흔한 심리학 책인줄 알았는데 실제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
450페이지 정도 되는 비교적 두꺼운 책이지만 내용이 굉장히 쉽고 재밌어 금방 읽었다.
여기서 배운 바를 실제 생활에 응용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