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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박스 (Music Box)
미디어체인 / 2004년 6월
평점 :
품절
솔직히 영화 중반에는 무슨 내용인지 감을 잘 못 잡았다.
대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누굴까?
마지막까지도 나는 아버지의 진실을 믿었다.
당연히 딸이 오해하는 걸로 생각했다.
그러나 충격적으로 아버지는 나치 학살범의 일원이었다.
공산주의를 증오해 미국으로 망명한 것처럼 위장했으나 사실은 친위대원이었던 것을 감추기 위해 범죄 사실을 숨기고 이민온 것이다.
설마 평생을 성실한 노동자로 살아온 아버지가 딸에게 철저하게 거짓말을 하다니!
딸의 분노와 충격과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
손자에게 홀로코스트는 조작된 것이라고 말하는 아버지를 보면, 과거의 범죄에 대하여 죄책감이 전혀 없고 여전히 그는 과거 친위대 시절과 변한 것이 없는 사람임을 알 수 있다.
유대인과 집시를 증오하고 인종학살을 정당화 시키는 친위대원!
어쩌면 자신의 과거가 드러나는 게 두려워 다른 변호사가 아닌 딸에게 변호를 강요했는지 모르겠다.
딸은 무조건 자신의 결백을 믿을 테니까.
결국 법정에서 그에게 학살당할 뻔 했다고 주장한 증인들은 다 옳았다.
딸은 그들의 기억력에 의문을 표하며 동명이인임을 주장해 결국 재판에서 이겼지만 영화는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준다.
아버지의 고향인 헝가리까지 가서 알게 된 아버지의 비밀, 나치대원이었음을 숨기기 위해 그 사실을 아는 동료를 협박해서 죽이고 그의 여동생으로부터 얻은 수십년 된 전당포 표를 얻게 된 딸은 충격적인 증거물과 교환한다.
뮤직 박스 속에는 아버지의 학살 장면이 찍힌 사진들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아버지에게 쫓기던 친구가 증거물로 전당포에 맡긴 후 헝가리에 있는 여동생에게 안전하게 맡겼던 것 같다.
결국 딸은 아버지가 저지른 학살 사진을 검사에게 보낸다.
다음날 신문에 특종 기사로 보도되고 딸은 아버지를 떠난다.
얼마나 비극적인 결말인가!
그러나 양심을 택한 딸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검사가 딸에게 한 말이 있다.
당신 아버지에게 원한 감정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진실을 밝혀져야 하고 범죄는 응징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라고.
당시에는 아버지의 결백을 믿었기 때문에 무고한 사람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전형적인 잔인한 검사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결말을 알고 나니 그 검사의 대사야 말로 영화의 주제를 압축시키는 말 같다.
혈육의 정과 진실 사이에서, 차마 받아들이기 힘든 선택을 한 딸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결국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음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방 정리하면서 대충 본 영화라 제대로 감상을 못한 게 아쉽지만 굉장히 독특하고 인간의 근원적인 심성을 잘 파헤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