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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한의학 ,보약이 있다구요! 그게뭔데요!! - 닥터지바고의 건강이야기
남복동 지음 / 아이올리브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가 참 마음에 안 든다.
이렇게 길게 지으면 기억하기도 어렵다.
좀 더 강렬하고 인상적인 제목 짓기가 그렇게 힘든가?
시도는 좋았으나 내용은 솔직히 실망스럽다.
예전에 한의학의 허실에 대해 자세히 분석한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그 책 역시 저자의 필력 부족으로 내용에 비해 포장이 너무 형편없어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좀 더 필력을 갖춘 전문가가 나서 줬음 좋겠다.
박경철씨처럼 글솜씨가 있는 사람들이 이 쪽 연구를 해서 책을 내면 참 좋을텐데 아마 그 분은 주식이나 기타 다른 책 쓰느라 한의학까지 연구할 시간이 없을 것이다.
전체적인 취지 자체는 공감한다.
의료일원화에 대한 저자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하는 바다.
일본처럼 한의학이 하나의 접근 방법으로 인정되어 의학교육을 받은 의사가 전공을 선택할 때 내과나 외과처럼 한의학을 선택할 수 있게 됐으면 좋겠다.
제일 인상깊었던 구절은 인식의 패러다임에 갇혀 사실을 외면한다는 인용문이었다.
관념적인 생각, 낡은 패러다임, 사고론, 생각 체계 등등 정신적인 이론이나 논리 때문에 실제적인 현상과 사실을 왜곡시켜 해석하고 받아들이길 거부한다.
이를테면 4체액설 등이 그렇다.
현대의학에서는 누구도 그리스 로마 시대에 나왔던 4체액설이나 4원소설 등을 믿지 않는다.
그런데도 여전히 한의학에서는 사상체질이나 기 같은 얘기를 한다.
의학이 철학일 수 있을까?
의학은 데이터와 실험, 검증 등을 통해 입증되야 하는 과학이라고 생각한다.
한의학의 접근 방법, 이를테면 침이나 부항, 생약 같은 치료법에 대해 환자를 보는 여러 방법 중 하나라고 인정하면서도 그들이 내세우는 체질이니 기가 허하다느니 음양오행설이니 하는 철학적이고 사변적인 얘기들은 도저히 납득하기 힘들다.
더군다나 한의학과 의학이 서로 대립 관계가 되어 자존심 싸움을 벌이는 것도 국민 건강 측면에서 보면 정말 엄청난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정말 안타깝고 개선되야 할 중요한 문제다.
저자의 표현대로 의약분업 보다 더 중요한 게 바로 의료일원화가 아닐까 싶다.
한의사들 역시 대체의학이나 민간요법 등을 한의학 안에 포함시키길 거부한다.
아마 대체의학이나 전통의학을 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한의사들의 검증 요구 조건이 부당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의학계에서 한의학에 요구하는 데이터나 검증 절차도 한의사들 입장에서는 불합리한 기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의학은 서양의학이건 동양의학이건 전통의학이건 간에 환자의 질병을 치유하고 건강을 유지하며 인체의 기본적인 작동 기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명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입증하는 과정, 실제적은 치료율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누구누구는 어디서 효험을 봤더더라, 이런 식의 카더라 통신은 정통의학에서 받아들여질 수 없다.
한의학에 대한 비방이 아니라, 의료일원화를 외치는 저자의 주장에는 전적으로 공감하면서도 저자의 필력이 딸려서 대체 이 중요한 문제에 동의할 사람이 몇이나 될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