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그리스도교 - 천년 동안 지속된 문화의 뿌리 즐거운 지식여행 17
G. R. 에번스 지음, 이종인 옮김 / 예경 / 2006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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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책이다.
사진도 훌륭하고 내용도 깊이가 있고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닌, 기독교의 기본 개념을 참 잘 설명해 준다.
의외로 책이 얇아서 깜짝 놀랬다.
이렇게 작고 가벼운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창해 ABC 시리즈나, 시공총서 등은 사진과 도판이 많고 가벼운 문고판 형식이라는 장점이 있으면서도 내용이나 편집에 있어 산만함을 피하기 어려운데 이 책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 챕터들이 유기적으로 참 잘 엮어져 있다.
다른 시리즈도 읽어 보고 싶다.

중세의 그리스도교란 생활과 문화, 지성 등에 있어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 낸, 일종의 세계화와 같았다고 한다.
오늘날 유럽이 EU 라는 정치적 공동체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어찌 보면 기독교라는 정서적 공감대가 큰 역할을 했을 것이다.
마치 한국과 중국, 일본 등이 유교 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처럼, 혹은 중동 국가들이 이슬람교라는 정서적 토대가 있는 것처럼 유럽을 묶은 것도 바로 그리스 로마 유산과 기독교였던 것 같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약간의 유치한 생각을 피할 수 없었다.
중세인들이 품고 있었던 천국이나 신, 혹은 구원, 지옥 등의 개념은 민간 신앙이나 기복 신앙 등과 별 다를 바가 없고 그들이 상상하던 천국과 지옥은 절에 가면 벽에 그려져 있는 벽화 속의 그것들과 별반 차이가 없다.
내가 믿는 종교기 때문에, 또 상대적으로 발전한 서구의 종교라는 선입견 때문에 뭔가 고차원적인 종교라고 생각했는데 기원을 따지고 들면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가 오랜 세월 동안 만들어 온 보편적인 심성에서 기원한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종교의 속성은 결국 다 비슷비슷한 게 아닐까?
인간에게는 종교적 본능이 있다더니, 과연 절대자를 숭배하고 복을 기원하고 내세의 안락한 삶을 꿈꾸는 것은 어떤 민족이나 종교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기독교에 관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종교 이상의 의미를 갖기가 힘들어진다.
정말로 기독교가 유일한 진리인지 내세의 부활이란 정말 가능한 것인지, 그저 우리의 관념 속에 만들어진 상상력의 소산은 아닌지 혼란스럽다.
이성적으로는 종교란 그저 문화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일상 생활에서 두렵고 힘든 상황을 만났을 때 하나님께 기도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절대자를 찾는 것은 인간이라는 존재가 원래 약하고 부족한 존재이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나는 리처드 도킨스나 칼 세이건처럼 종교 자체를 부정하게 될 가능성이 다분한데 내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신에 대한 숭배감이나 기원하는 마음 때문에 아직까지는 내가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한다.

책 편집도 잘 됐고 내용도 훌륭하고 여러 면에서 좋은 책인데 홍보가 별로 안 된 것 같아 안타깝다.
심지어 도서관에도 없어서 내가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읽게 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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