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서양미술사 : 고전예술 편 (반양장) - 미학의 눈으로 보는 고전예술의 세계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미학 오디세이를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이 생생하다.
예술을 보는 시야를 넓혀 줬다고 해야 할까?
막연하게만 느껴지던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도 이제는 의미있게 다가왔다.
이번 책은 그 때만큼 감동적이지는 않다.
제목이 좀 고풍스러워 어려운 내용이 아닐까 싶었는데 평이하다.
책에 언급된 그림들은 죄다 실으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아무래도 원근법이나 비례론 같은 수학적인 지식은 좀 지루하다.
뒤러의 그 놀라운 정밀한 묘사에는 감탄을 하면서도 막상 그가 연구한 비례론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머리가 아파오는 식이다.
러시아에서는 역원근법을 썼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아무래도 실제처럼 보이는 르네상스 그림에 익숙해져서인지, 러시아 성상화의 평면적이고 비공간적인 그림에는 감동이 덜하지만, 그들 역시 나름의 정밀한 수학적 체계에 의해 그렸다고 한다.
역원근법은 가까운 것은 작게 보이고 먼 것은 가깝게 보이는 식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원근법과는 좀 다르다.
또 한 그림에서 두 개의 시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점이 충돌하는 부분은 빈 공간으로 남아 있기도 하고, 큐비즘의 원조가 되기도 한다.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루벤스가 푸생에 대항하는 현대적 색체주의의 선두 주자였음을 알게 됐다.
푸생의 그림 양식이 고전적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그는 꽤 옛날 사람처럼 느껴진다.
고전주의는 선과 윤곽을 중요시 여긴데 비해, 바로크 시대부터는 면과 색을 중시한다.
라파엘로의 그림을 보면 윤곽선이 정확하지만, 벨라스케스의 그림을 보면 형태가 대충 뭉개졌지만 멀리서 보면 완벽한 형상을 구현하다는 걸 알게 된다.
쓱쓱 문지르듯 그린다는 의미다.
확실히 현대 미술은 구상 보다는 비구상, 추상적인 것, 색체의 승리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완벽한 재현은 카메라에게 넘겨줘 버리고, 예술가의 정신을 드러내는 자율성과 독립성에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미적 관점에서 보자면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많지만, 하여튼 신선하고 아이디어가 훌륭한 시도가 많다.
신고전주의의 기수인 앵그르와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비교해 보면 두 화파의 차이를 분명히 알 수 있다.
들라쿠르아의 그 격정적인 소재들은, 화려한 색체와 역동적인 구성에서도 벌써 단정한 고전주의와는 차이가 확 난다.
역시 모든 그림은 실제로 봐야 진짜 맛을 아는 것 같다.
이런 대작들은 직접 봤을 때의 물량적인 감동도 남다를 것 같다.
그림에 관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미술관에 가고 싶은 욕구도 함께 상승한다.

1이라고 표기된 걸 보니 다음 권도 계속 낼 생각인 모양이다.
예전같은 신선함은 없지만, 평이하고 비교적 무난하게 쓰여진 글이다.
진중권은 말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문장력도 그런대로 무난한 편이라 읽을 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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