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내맘대로 좋은책 - 책의날 특집 이벤트
개인의 특성을 드러낼 수 있는, 좀 더 날카롭고 개인적인 질문이었으면 좋았을텐데, 질문이 좀 아쉽네요.
1.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깔끔하게 한 줄이면 더 좋고, 길게는 두 줄 정도까지요.
어떻게 소개를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나를 대표하는 게 뭘까요? 직장에 대한 강박증이 있고 아직 결혼 안 한, 책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30대 여성이라고 해야 하나?
2. 일 년에 몇 권 정도 책을 읽으세요?
시간 많았던 해는 300권까지도 읽었는데 작년에는 겨우 100권을 넘었네요.
대략 100권에서 200권 사이로 읽는 것 같아요.
3. 지금까지 읽은 책 중에서 (어떤 의미에서건) 가장 충격적이었던 책은?
글쎄... 워낙 남독을 해서 그런지 특정 책이 기억에 깊이 남은 건 없는 것 같아요. 좀 더 그럴 듯한 책을 들고 싶긴 한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책으로는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 을 꼽겠어요. 책만 읽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책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고 이 작가를 열렬히 사랑하는 건 또 아니고... 그 책에 나오는 그 캐릭터가 너무나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도 얼마나 열심히 읽었던지 책 곳곳에 감상을 피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세계관을 바뀌게 한 책이었죠. 인간의 본능에 대해 눈떴다고 할까? 그래서 신앙심과는 더욱 멀어지고... 칙센트미하이의 <플로우>도 빼 놓을 수 없군요. 이 책을 읽으면서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발견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4. 읽는 도중 3번 이상 웃었다, 라는 책이 있습니까?
<말리와 나> 개를 키우고 있어서 그런지 무척 재밌게 읽었던 책이예요. 조지 오웰의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도 읽으면서 엄청나게 웃었던 책입니다. 오웰의 그 풍자적이고 해학적인 문체, 아 너무 마음에 들어요. 얼마나 낄낄거렸던지...
5. 자신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또는 닮고 싶은 책 속 인물은 누구인가요?
닮았다고 생각되는 캐릭터는 없는데, <달의 궁전> 에 나오는 MS 포크라든지, 에핑, 솔로몬 이 3부자는 어쩌면 내가 추구하는 이상향인지도 모르겠다, 싶어요. 혹은 <환상의 책>에 나오는 헥터 만도 그렇구요. 이들은 모두 세상의 부귀영화 보다 책 안에서 더 큰 기쁨을 느껴요. 그들의 외골수적인 삶까지 부러운 건 아닌데, 모든 걸 다 잃고서도 책을 읽음으로써 완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답니다. 혹은 <데미안>에 나오는 싱클레어도 닮고 싶어요. 남의 말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 그러고 보니 <제인 에어>에 나오는 제인도 부럽네요. 양심을 위해 사랑하는 남자를 포기하고 도망가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답니다.
6. 이 작가의 책만큼은 챙겨 읽는다, 누구일까요?
사실 저는 작가에 대한 애정이 적은 편입니다. 훌륭한 작가라고 해서 항상 좋은 작품을 쓸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래서인지 전작주의도 흥미없습니다. 한 작가의 책이라 할지라도 똑같은 수준일 수는 없고, 창작력의 피크를 이루는 짧은 시간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폴 오스터의 책이나 알랭 드 보통, 혹은 이주헌 등등도 다작을 하다 보면 식상해지고 별로인 책들이 꼭 끼여 있더라구요. 다만 역사학자인 임용한이 쓴 책은 꼭 봅니다. 이 분의 에세이는 정말 재밌는데 워낙 책을 안 내시는 분이라 아쉽더라구요. 이덕일처럼 책 낸다면 얼마나 신날까 생각해 봅니다. 이 분 책은 전부 추천합니다.
7. 남에게 선물로 줬던 책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나요?
책은 선물 잘 안 합니다.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책을 남이 함부로 대한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요. 그래서 빌려주지도 않아요.
8. 소장하고 있는 책 중 가장 고가의 책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책, 바로 조르주 뒤비의 <지도로 보는 세계사> 입니다. 정가가 10만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한 번도 제대로 못 봤던 것 같아요. 지도만 나열해 놔서 지루하고 흥미가 떨어지더라구요. 괜한 소유욕이 발동해서 산 책입니다.
9. '책은 나의 oo(이)다'. oo는?
책은 나의 <삶> 이고, 책은 나의 <휴식> 이며, 책은 나의 <기쁨> 입니다. 책은 나의 <위로>이며, 책은 나의 영원한 <연인> 입니다. 책에 대한 내 사랑과 무한한 감사는 아무리 글로 표현하려고 해도 부족하네요. 저는 가끔 책을 읽을 수 있는 시력이야 말로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생각한답니다. 눈이 멀게 된다면, 보르헤스처럼 낭독자를 옆에 둔다고 해도 나는 너무나 절망스러워 죽을 것 같아요. 천국은 거대한 도서관이다, 라는 말을 믿어요.
10. 이번 달에 읽은 책 중 '내맘대로 좋은 책'은 어떤 것일까요?
다른 사람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 서머셋 몸이 쓴 작가론 <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 입니다.
몸의 소설을 읽어 보진 않았지만 위트 있는 문장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기본적으로 문장력이 뛰어난 사람 같아요.
누구라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흥미진진한 작가론이 펼쳐집니다.
강추할 만한 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