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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즐거움 - 21세기 인문학의 재창조를 위하여
커트 스펠마이어 지음, 정연희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아무래도 머리가 나빠졌나 보다.
집중력도 너무 떨어지고...
한 때 하루 세 권의 책을 읽을 때도 있었는데 요즘에는 하루 한 권도 어렵다.
집중하면 한 번에 쭉 읽을 수 있는데, 그 놈의 집중이 안 된다.
조금만 지루하고 어려워도 곧 싫증이 나고 잠이 쏟아진다.
요즘에는 일도 편해지고 당직도 안 서는데 말이다.
책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걸까?
뭘 하든 끈기를 가지고 오래 해야 빛이 나는데 난 너무 쉽게 질리는 것 같다.
이 책은 어제 쉬는 날 읽었어야 하는데 집에서 잠만 실컷 자느라 못 읽고 말았다.
확실히 책은 TV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많은 취미 생활이다.
머리가 맑고 기분이 상당히 고양되야 집중해서 읽을 수 있다.
살짝 어렵기도 하고 지루한 부분도 있으나 좋은 책이다.
옮겨 적고 싶은 말이 많아서 상당 부분 베꼈다.
<인문학의 즐거움> 이라는 고풍스러운 제목도 마음에 든다.
인문학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문사철을 말하는데, 역사는 좋아하지만 문학이나, 특히 철학은 즐기질 않는다.
사변적이고 지루한 논쟁들 보다 실제적인 사건에 더 구미가 당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에 대한 애정은 언제나 가지고 있다.
저자의 주장 가운데 특히 마음에 들었던 점은, 우리가 인문학을 하는 이유가 단지 고전을 외우고 지식을 뽐내기 위한 스노비즘을 만족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감을 가지고 남과 다른 나 자신의 사고방식으로 생각하고, 거리낌 없이 행동하기 위해서라는 말이다.
자신감의 고양, 눈치보지 않고 당당할 수 있는 것, 그러고 보면 인문학이란 사유의 방식이고 올바른 행동의 결정을 위한 방법을 안내해 주는 길 같다.
제일 좋았던 구절은, 이런 사유 방식이 바로 인문학이기 때문에, 인문학 그 자체만으로 전체성과 완전성을 가진다는 부분이었다.
즉 우리가 중세인보다 더 많은 지식과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결코 그들보다 우월하다거나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하다거나 더 완전하지 않다는 것이다.
돈을 많이 벌고 부자가 되면 행복할 것 같아도, 혹은 과거보다 질병과 기아로부터 해방되었다고 하나 여전히 인간이 갖는 근본적인 고민과 괴로움은 비슷하게 존재하는 것이고 보면, 행복이라는 것의 총 질량은 늘 일정한 것 같다.
사유의 방식으로서의 인문학, 좀 더 열심히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