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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아는 만큼 보인다 - 신개정판 ㅣ 생각나무 ART 7
손철주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이렇게 말하면 너무 냉정한 평가일지도 모르겠으나, 내가 읽은 소감으로는, 책의 수준이 낮다.
일단 저자의 필력이 딸리고, 글에 품격이 없다.
마치 스포츠 조선의 문화란에나 실릴 만한 가십거리 기사 수준의 글을 묶은 것 같다.
그렇게 보면, 다소 평이하고 비슷한 글의 반복이라고 느껴지는 이주헌의 책은, 이 책에 비하면 얼마나 명문인지!
세계의 교양, 시리즈는 비교적 재밌게 보고 있는 책인데, 이 책은 평균적인 수준에서 떨어진다.
특히 저자의 시각에 동의할 수 없었던 것은, 반 고흐는 알아도 최북은 모른다면서 우리 미술의 품격 어쩌고 하면서 기술한 부분이다.
최북의 위대함은, 그의 작품을 가지고 논하면 될 일이다.
대체 거기에다 왜 유명한 화가를 끌어 들여 쓸데없는 비교를 하는지 모르겠다.
과학에도 국경이 없다고 하는데, 하물며 예술에야!
예술가의 국경을 따진다는 것, 우리 미술과 서양 미술의 경계를 엄격하게 나눈다는 것,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역사도 탈민족주의를 넘어서는 마당에 말이다.
서울 사는 사람이 I LOVE NY 이라고 적힌 로고를 붙이고 다닌다면서 한심하다고 한탄하는데, 이 사람을 주체성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한 도시에 대한 동경이나 이미지에 대한 애착은 지극히 개인적인 기호에 불과하다.
그럼 "나는 서울을 사랑합니다" 이렇게 써 붙이고 다니면 훌륭한 사람인가?
작품에 대해 논하기 보다는, 작가들의 기행이나 사소한 가십거리들을 가볍게 풀어 쓴, 정말 가벼운 책이다.
한국인에게 듣는 서양 화단 뒷담화, 이 정도로 말해야 할 것 같다.
혹시라도 있을 독자들의 원성을 피하려는 듯, 서문에서 내 책에서 즐기는 것 이상의 수준을 얻으려는 것은 연목구어라고 표현했는데, 수준있는 글을 쓴다고 해서 죄다 딱딱하고 어려운 것은 절대로 아니다.
그런 발상이야 말로, 교양서의 수준을 깍아 먹는, 글솜씨 없는 저자의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