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에서의 죽음 - [할인행사]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 더크 보가드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제목이 고풍스러워 관심이 생긴 영화였다.
더구나 토마스 만이 원작자라고 하니, 왠지 작품의 수준도 높을 것 같다는 기대감도 있었다.
2시간이 넘는 다소 지루한 점도 없지는 않지만, 전체적으로 괜찮은 영화였다.
일단 음악이 주제와 잘 어우러져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매력이 있고, 타지오로 나오는 스웨덴 꽃미남 비요른 안데르센은 가히 "조각같은" 이라는 수식어에 딱 어울리며, 소년을 사랑하는 작곡가 더크 보거드의 연기도 훌륭했다.
어처구니 없게도 미소년을 사랑하는 노거장의 고통스러운 심리 상태를 너무나 섬세하게 묘사한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하는 바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서 해변가에서 친구와 뒹구는 타지오를 바라보면서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모습은, 꼭 내가 죽는 것처럼 숨이 탁탁 막혀왔다.
타지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염색하고 화장까지 한 얼굴 위로 삐질삐질 흘러나오는 땀줄기, 뭔가 말하고 싶은데, 혹은 행동으로 보여 주고 싶은데 도덕적 장벽이 그를 막고 또 육체의 한계가, 의자에서 꼼짝도 못하게 만든다.

타지오, 이 사람을 보기 전에는 감히 꽃미남을 논하지 말라.
정말 너무나 예쁘고 너무나 아름답게 생겨서, 동성애자가 아니라 할지라도 한 번쯤은 넋을 놓고 쳐다 볼 것 같은 외모다.
원빈이나 장동건 같은 꽃미남들 보다 한 수 위다.
곧게 뻗은 다리와, 금발의 머리카락, 그리고 오똑 솟은 코, 새하얀 피부, 알고 보니 스웨덴 소년이었다.
역시 북구인들은 키가 크고 피부가 백옥같이 희다.
더구나 금발은 어찌나 탐스러운지...
인터넷에서 최근 사진을 찾았는데 실망스럽게도 좀 기괴한 인상으로 변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장동건처럼 나이들어서 더 중후하고 우아한 외모를 갖기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저렇게 아름다운 소년이 왜 그런 식으로 나이를 먹는 건지 안타까울 뿐이다.

어머니로 나온 여배우도 굉장히 아름답다.
특히 그 모자가 정말 예술이다.
당시 베네치아 사람들은 모자 쓰는 게 예의에 맞다고 생각했는지, 아이고 어른이고 죄다 모자를 썼는데, 이 귀족 부인의 모자들은 정말 예술적이다.
베일로 얼굴을 가볍게 가리고 있는데다, 양산까지 썼으니 아무리 쨍쨍 내리쬐는 햇볕에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그래서 다들 피부가 새하얀 건지...
우리도 모자에 베일 문화가 있어야 깨끗한 피부를 유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동성애에 대한 내 생각은,  단지 개인의 기호 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한 관심 자체가 없다.
영화 속의 구스타브는, 타지오를 단지 바라만 보는데서 기쁨을 느낀다.
물론 가까워질 수 있었다면 그를 안고 키스하고 애무했을 것이다.
롤리타와는 또 다른 의미의 소아성애증 같다.
롤리타는 그래도 이성애였지만, 그래서 험버트는 권력적인 위치였지만, 즉 어느 정도는 사회에서 통용될 수 있었지만, (다소 특이한 성적 취향?) 영화 속의 구스타브는 오히려 약자처럼 보인다.
미소년을 사랑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순간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분위기, 그동안 쌓아 온 명성과 지위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소년 역시 늙고 추한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자괴감.
어린 소녀에 대하여 늙은 남자는 권력을 가질 수 있지만,  반대로 소년에 대한 같은 동성의 어른은 그 늙음 때문에 추하고 왜소하게 느껴진다.
여자와 남자의 관계는 사회적으로 이미 권력 관계가 형성된 반면 같은 남자끼리는 그런 관습적 관계가 훨씬 덜 통용되는 것 같다.
정말 동성애가 일반화 된다면, 즉 누구나 자신의 성적 기호를 제약없이 드러낼 수 있다면, 남녀 관계의 권력적 속성도 함께 변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중간에 삽입된 예술의 절대성 논란은, 사실 영화만 가지고는 깊이 공감하기 힘들었다.
이 부분은 책을 읽어 봐야 할 것 같다.
영화에서는 타지오와 구스타브의 동성애적 시선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구스타브가 콜레라에 걸려 죽었다고 해설에 나오는데, 베니스에 올 때부터 이미 심장 발작을 가진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콜레라를 피해 베니스를 떠나라는 말을 타지오에게 하기 위해 베니스를 떠나지 못하던 구스타브가, 오히려 자신이 콜레라에 걸려 죽는다는 결말은 매우 비극적이고 아이러니 하다.
특히 그의 부모에게 어서 떠나라는 말을 하기 위해, 최대한 단정하고 허술하지 않게 보이려고 이발을 하고 화장까지 하는 장면은, 역설적으로 너무나 우스꽝스럽게 묘사되어 왠지 모르게 울컥 했다.
늙음을 가려 보려고 꾸미면 꾸밀수록 더욱 촌스럽고 어색해지는 비극성!
결국 구스타브는 하얗게 분칠한 얼굴 위로 검게 물들인 염색약이 지워지는, 코믹 배우 같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해변가에서 죽고 만다.
왜 그는 타지오에게 접근하지 못했을까?
아마도 사회적 금기 때문에 자신의 무의식 속에서 절대로 다가가서는 안 된다는, 엄청난 도덕적 제약이 내제되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성격상의 문제도 있었을 것 같다.
행동하기 보다는 고민하는 햄릿 쪽이라고 해야 하나?
요즘 분위기는 드러내놓고 동성애를 즐기는 쪽이니, "타임 투 리브" 의 로맹이나 샤샤의 당당함이, 구스타브에 비하면 오히려 뻔뻔하게 느껴질 정도다.

책으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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