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여행 - 하루 10분 일주일 에코 도서관 1
자크 르 고프 지음, 안수연 옮김 / 에코리브르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책을 보고 깜짝 놀랬다.
생각보다 너무 작고 귀여웠기 때문.
학생과 선생님의 문답형식으로 이루어져 번역도 ~~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되어 있었다.
어린이들을 위한 책인가 싶어 빌릴까 말까 망설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내용은 알차다.
만화로 된 30분 시리즈 같은 것 보다 오히려 지식의 폭이 넓은 것 같다.
100페이지 밖에 안 되는 문고판의 가격이 7500원인 건 아무래도 좀 너무한 것 같지만 지하철에서 가볍게 읽기에 딱 좋은 교양 도서다.
"중세여행" 이라는 책을 재작년 겨울 쯤에 읽었던 것 같은데 그 때는 사실 책이 두꺼워서 삽화가 예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지루했다.
이번 책은 얇아서 읽기도 편하고 내용도 체계적이고 간략하게 잘 요약해서 보기 편했다.
역시 저자의 내공이 만만찮은 듯.

비슷한 주제의 책을 반복해서 읽다 보면 개념이 잡힐 때가 있는데 "중세" 라는 개념도 그렇다.
처음에는 대체 어느 시대를 말하는 건지도 헷갈리고 구체적으로 연상이 안 됐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감이 잡힌다.
서로마가 멸망한 5세기부터 비잔틴 제국이 멸망한 15세기까지를 중세로 잡는다.
중세 천 년이라는 수식어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참 긴 시간 동안 큰 변화 없이 한 시대가 이어져 온 것 같다.
용이 돌아다니고 성에는 왕자와 공주님이 파티를 하고, 기사와 귀부인이 사랑을 나누는 낭만적인 시대 같으면서도, 농노제와 포악한 영주가 있던 봉건주의 사회, 교회가 사회를 질식시키던 팍팍한 사회가 또 중세 아닌가.
우리나라로 치면 신라 때부터 고려에 이르는 아주 긴 시간들이다.
유럽은 중세 때 비로소 현재의 국가들이 등장했다.
그러고 보면 야만인들이 세웠다는 여러 왕국들이 유럽의 조상이 됐다.

오늘날 이슬람 교도들의 예배 습관을 보면 확실히 놀라운 구석이 있다.
어떻게 하루 다섯 번이나 의무적으로 기도를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중세에는 기독교 역시 하루에도 수 차례 기도를 올렸다.
유명한 밀레의 만종도 바로 저녁 종이 울리는 6시에 일손을 놓고 기도하는 모습을 그리지 않았던가?
그러니까 종교가 득세할수록 삶을 구속시키는 힘도 커진다.
이제 서구의 어떤 사회도 강제적인 예배를 규정하지 않는다.
아무리 문화의 상대성을 말한다 할지라도 이슬람 사회의 종교적인 강제성은 여전히 비판의 소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에 맡겨질 때 비로소 그 종교의 위대함이 드러나는 게 아닐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유익한 책이었다.
시리즈의 다른 책도 읽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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