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의 역사 에코 앤솔로지 시리즈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현경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11월
평점 :
품절


다소 지루한 듯 하면서도 책에 실린 큼직큼직한 도판에 감탄하면서 읽었다.
사실 인용구는 하나도 안 읽었다.
한 문장을 달랑 떼어놓아서 맥락과 관계없이 읽는 것은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한다.
며칠에 걸쳐 나눠 읽는 바람에 뒤쪽은 제대로 못 읽었고, 사실 현대 미술에는 별 관심도 없다.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은 딱 인상파까지인 것 같다.
가끔 피카소 그림을 보면서 감탄할 때도 있긴 하지만, 입체파부터는 구성을 완전히 해체시키고 상징적인 구도로 나가기 때문에 어디서 감동을 받아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매우 현학적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은 잡을 수 있어서 좋았다.
에코라는 사람에 대해 별 느낌이 없기 때문에 책에 대한 관심도 적었던 것 같다.
책을 읽게 된 이유는 다소 우발적이었는데, 어떤 작은 커피숖을 갔더니 이 책이 진열되어 있는 것이다.
보통 베스트셀러만 진열해 놓기 마련인데 거기에는 수준있는 책들이 많았다.
학교 선생님이 직장 때려 치운 뒤 차린 커피숖이라고 한다.
문득 드는 생각이, 나도 까페나 하나 차려 볼까, 싶었다.
내가 읽는 책들을 전시해 놓고 커피를 파는 거다.
이른바 북까페~~
<커피프린스 1호점> 처럼 멋지게 차리려면 공유처럼 재벌 2세쯤은 되야 할텐데 돈이 없어서 아쉽게도 안 될 것 같다.

 

<르네상스의 비밀>과 많은 부분이 겹쳐서 읽는 데 도움이 됐다.
어떤 지식을 자기 것으로 만드려면, 비슷한 주제의 책을 여러 권 읽는 게 효율적인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같은 책을 반복하는 건 흥미가 떨어지기 때문에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
앞부분의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가 가장 좋았다.
문득 솔제니친이 노벨상 수상 연설 때 했다는 말이 생각난다.
아름다움이 우리를 구원할 것이다라는 말로, 그는 러시아 이콘화가 러시아 민중에게 갖는 의의를 잘 설명했다.

 

너무나 지나치게 도식화된 그림도 싫지만, 조화와 비례, 균형의 미를 지나치게 깨뜨리는 막 나가는 그림도 감흥이 없어서 싫다.
아마 내가 규정하는 아름다움에서 벗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라파엘로처럼 완벽한 고전주의자의 그림이 좋고, 루벤스처럼 격정적이고 화려한 그림이 마음을 움직인다.
보편적인 동의가 필요하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각자의 마음에 달려 있다.
지극히 화가 개인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곧 아름다움으로 정의된다.
그래서 화가들은 가능하면 새로운 것, 비규범적인 것, 격정적인 것을 찾는 모양이다.
시대별로 제시된 유파들을 보면서, 결국 새로운 화파란 기존 시대에 대한 반항에서 시작됐고 그런 면에서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으며, 인간의 역사는 연속적으로 이어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도 시대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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