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의 비밀 우리가 아직 몰랐던 세계의 교양 201
리처드 스템프 지음, 정지인.신소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책 판형이 너무 커서 대출을 할까 말까 무척 망설였던 책이다.
사실 서점에 나왔을 때부터 무척 사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가격이 비싸서 구입을 못했었다.
언젠가 한 번은 읽어야 할 것 같아 크게 결심을 하고 빌렸는데 역시나 집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 낑낑 대며 간신히 들고 왔다.
그래서인지 더 애착이 가고, 내 수고에 충분히 답하는 훌륭한 책이라 무척 흡족하다.

나는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전문가의 포스를 느낀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훌륭한 전문서적들이 많이 발간되면 좋겠다.
번역은 역시 한계가 있다.
자체적으로 저술을 생산할 수 없는 국가는, 문화적 힘도 약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미술 서적도 가벼운 감상 위주의 에세이 수준을 넘어 이제 이런 분석적이고 논증적인 책들이 많이 나와 주면 좋겠다.
"생각의 나무" 에서 발간한 교양 시리즈 중 본 것 중에서는 가장 마음에 든다.

얼마 전에 읽었던 "명화를 보는 눈" 과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비슷한 시대를 설명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다른 책을 통해서 두 번 확인하니, 확실히 기억에 남는다.
개념이 잡힌다고 해야 할까?
처음 서양 미술에 관한 책을 읽을 때는, 이름도 생소한 치마부에나 조토 등이 대체 누구인지 난감했었는데 이제는 비로소 개념이 선다.
14세기의 르네상스를 연 첫 인물들이 아닌가?
이 책의 장점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탈리아 르네상스 그림들을 많이 소개해 준다는 데 있다.
조토가 그린 최후의 만찬은 여기서 처음 봤다.
확실히 다 빈치의 그림과는 느낌이 다르다.
좀 더 엄숙하고 더 중세적이라고 해야 할까?
판형이 워낙 커서 시원시원 하고, 무엇보다 그림 속의 인물 하나 하나를 다 설명해 주니 그림에 대한 인식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

성경에 언급되는 천사들을 아홉 개의 품계로 나눈다는 얘기는 얼핏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에서 비로소 그 위계를 정확히 알았다.
사실은 그 부분 읽을 때 너무 지루해 하품이 나왔고 솔직히 누가 누구인지도 몰랐다.
그런데 다음 날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에서 그 천사 중 하나, 그러니까 권천사가 다시 등장하는 걸 보고 무릎을 탁 쳤다.
같은 지식을 다른 책에서 또 확인하면, 그리고 그런 것들이 반복되다 보면 하나의 개념으로 머릿 속에 확실히 자리잡아 내 것이 된다
그게 바로 독서의 힘이고 기쁨이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지식이 확장되서 좋긴 한데 결국 동양 사람이 서양의 문화를 제대로 이해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싶은 좌절감이 든다.
그들에게는 익숙한 상징이, 우리는 지식으로서 열심히 배워야만 인지가 된다는 한계가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한 문화권의 완벽한 이해는 거기서 살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 같다.
그러나 어쨌든 이런 책들을 통해 조금씩 지식의 경계를 넓히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도판이 워낙 크고 시원시원 하기 때문에 그림 보는 재미가 두 배로 커진다.
또 그림 속에 나오는 인물과 색체와 구도와 배경 등등을 하나하나 꼼꼼히 분석해 주기 때문에 서양 미술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높힐 수 있다.
비싼 값을 충분히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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