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일본을 찾아서 1 이산의 책 40
마리우스 B. 잰슨 지음, 김우영.강인황.허형주.이정 옮김 / 이산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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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일본을 찾아서 2권을 워낙 재밌게 읽었던 터라, 에도 막부 시대의 이야기가 펼쳐질 2권도 기대가 컸다.
더구나, 도서관에서 1권이 분실됐다고 해서 한참 기다렸다 읽은 터라 기대감이 증폭된 상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2권보다 더 지루하다.
역시 현대사가 근대보다는 좀 더 현실적으로 와닿는 모양이다.
에도 막부 시대의 일본은 조선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본 문화나 역사에 대한 지식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서민문화 등을 자세히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꽤나 지루했다.
분량이 500 페이지를 넘어가기 때문에 가독성을 유지하기가 좀 어려웠다.
일본 역사에 대한 흥미가 생겨서, 다른 책도 읽어 볼 생각이다.

에도 시대라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세키가하라 전투를 승리로 이끈 후 도쿄에 막부를 열고 통치했던 17~19세기를 일컫는다.
오다 노부가나는 잔인한 점이 많았던 초대 지배자였는데 그 뒤를 이어 부하였던 히데요시가 정권을 잡아 일본 열도를 평정한다.
노부나가의 자식들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다.
히데요시는 비록 이에야스에게 죽임을 당하기는 했으나 히데요리에게 아버지의 권력을 넘겨줬지만, 노부나가의 자식들에 대해서는 말이 없는 걸로 보아, 자식에게 후계자 자리를 물려 주는 일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자식이 그 뒤를 잇는 것이 당연하게 되려면, 왕조 개창 수준은 되야 하나 보다.

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좋았던 점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 간 조선 도공들 덕분에 일본의 도자기 문화가 번창했다는 점과, 함께 수입해 간 퇴계 이황의 성리학이 일본 유학의 발전을 이끌었다는 부분이었다.
외국 학자의 책에서 그런 서술을 발견하니 새삼 자부심이 느껴진다.
비록 에도 막부가 쇄국 정책을 표명했다고는 하나, 조선에 비하면 문호 개방 정도는 엄청났음을 알 수 있다.
네덜란드 문물이 학문과 함께 수입됐다는 점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일본 자체적으로도 동남아시아에 무역 거점을 뒀다는 점이 놀랍다.
저자도 지적한 바지만, 어쩌면 페리 제독의 개항을 두고 닫혀있던 문을 열었다고 평가하는 건, 일본 스스로 갖고 있는 잠재력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일본 판화가 인상파 화가들에게 영감을 줬던 배경도, 일본의 전통적인 대외무역에 있음을 확인했다.
고립된 섬나라라는 이미지는, 적어도 근세 이후 일본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명칭 같다.
비단 일본 뿐 아니라, "히스토리카 세계사" 에서도 느낀 바지만 고대 세계의 문화 교류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활발했던 것 같다.
하긴, 신석기 시대부터 뗏목을 타고 오스트레일리아 열도로 넘어가는 우리 조상들이고 보면, 이동은 본능적인 건지도 모른다.

일본의 문화나 산업 등을 읽으면서 느낀 점은,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은 일이 없고 스스로 근대화를 이룩했다는 점 때문인지 전통의 단절이 없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국의 경우와 비추어 본다면, 일본의 전통 문화 보전이나 계승이 훨씬 원활하게 이루어진 것 같다.
외국인 학자가 한국와 일본의 근현대사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물론 두 나라 역사를 모두 전공해야 한다.
어설픈 감상적 비교는 오히려 민족주의만 부축일 뿐이고, 엄격한 학문적 태도로 두 나라 역사를 비교분석한다면 의의가 클 것 같다.

한국이 중국 문화를 내면화 시킨 것에 비해, 일본은 비록 유학을 중심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국학을 숭상하고 조선보다 훨씬 독립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지리적 요건 때문인지 태양신의 자손이라는 자부심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또 무사의 나라임이 분명한 것이, 각 번이 영주들에 의해 통치되는 봉건제가 존재했고 사무라이는 곧 조선의 선비와 같은 역할을 했다.
이 점이 신기하다.
중세 유럽으로 말하면 기사에 해당되는 건가?
조선은 처음부터 중앙집권제였던 반면 일본은 유럽 같은 봉건 영주제 느낌이 든다.
혹은 한나라 같은 군국주의와 비슷하달까?
하여튼 천황이라는 절대 존재의 권위는 손상시키지 않은 채 세속적인 지배자가 따로 있고, 신하들에게 세습이 가능한 봉토를 지급한다는 점은 일본만의 독특한 정치체제 같다.

일본이 교통망을 발달시키고 상업이 성행하며 도시화가 진행된 가장 큰 원인이 바로 참근교대제라는 점이 재밌다.
이름도 어려운 참근교대하는 것은, 쉽게 말해 가족을 인질로 붙잡고 있는 것이다.
다이묘들이 자기 세력권에서 반란을 일으킬까 두려웠던 것인지, 막부는 다이묘의 가족을 수도 에도에 살게 하고, 다이묘 역시 1년에 절반 이상을 거주하게 만들었다.
재밌는 것은, 에도 방문 행렬 때문에 교통로가 정비되고 역참이 발달했으며, 신분에 걸맞는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상업이 번성했다는 점이다.
사회의 발전을 이끄는 원동력은 가끔 엉뚱한 데서 나오는 것 같다.
얼핏 생각하면 굉장히 비생산적이고 소비적인 행위 같은데 이 덕분에 지방문화와 중앙문화가 교류할 수 있고, 상업의 성행으로 서민문화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관료를 파견하고 과거에 의해 관리를 선발했던 조선의 정치제도가 훨씬 현대적일 것 같은데도 실제로는 두 문화 간에 별다른 우열이 없었고 오히려 근대화는 일본이 훨씬 앞섰던 것을 보면, 역사의 발전의 원동력은 복잡미묘한 것 같다.

다소 지루한 면도 없지 않지만, 일본의 문화와 역사를 인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고 다른 책으로 일본 역사를 되짚어 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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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ngkiller 2007-12-25 0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에겐 일본역사가 필수인데...사람들 정말 게으르죠.^^ 얼마전에 고등학교 세계사 책을 우연히 훑어봤는데...일본사의 분량을 보고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영원히 일본 따라잡지 못할겁니다. 물론 일본 따라잡는게 무슨 궁극적인 목표이거나 한 건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