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는 도서관 마케팅
주디스 A. 시스 지음, 이우정.박수희.김태훈 옮김 / 이채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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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의 제목인, 눈에 띄는 사서, 가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책이다
도서관이라는 큰 집단의 마케팅도 생소한 판국에, 사서라는 개인적인 존재의 마케팅은 아마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에게 생소할 것이다
미국 도서관 하면 그저 막연하게 빌 게이츠 같은 부자들이 기부한 돈으로 세워진 지극히 이상적인 공간으로만 여겼다
미국을 동경하는 가장 큰 까닭은, 언젠가 우리도 저렇게 되리라는 롤 모델을 제시해 주고, 그나마 이상적인 사회가 있다는 데서 위안을 얻기 때문인데, 요즘은 나이가 들고 보니 정말 유토피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이런 사소한 책에서도 실감하게 된다
공공도서관의 책을 읽고 오늘날 갑부가 되었다는 빌 게이츠의 신화가 무색할 정도로 미국 역시 생산성 없는 도서관의 재정 지원을 줄여 가고 있다
이 책은, 정리해고 당하게 생긴 사서들에게 자기 존재를 알리고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라는 이른바 도서관에서 사서로 살아 남기, 같은 처세술 비슷하다
물론 승진을 하는 일반적인 직업은 아니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몸값을 높히라는 주문은 하지 않는다
사서라는 직업 때문에 더 청렴해 보이고 덜 야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한 가지지만 말이다

사서가 꿈인 적이 있었다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책만 본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래서 사서직 공무원에 도전해 볼까 싶은 생각도 했다
내 눈에 비친 사서는 세상에서 제일 편한 직업이었다
월급은 좀 적을지 몰라도, 도서관 대출석에 편안히 앉아 하루 종일 책만 읽고 있으니까 말이다
가끔 이용자가 책을 찾아 달라고 하면 그것도 못 찾아요? 하는 식으로 한 번 쏘아 보면 된다
이용자에게는 아무 관심도 없고 그저 자리나 지키고 앉아서 하루 종일 좋아하는 책이 보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직업, 사서!
아마도 대부분 사서에 대한 이미지는 이럴 것 같다
그런데 미국 도서관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 좀 바뀌었다
거기 사서들은 이른바 학위를 가진 전문가들이라, 단순 행정 업무, 즉 대출 같은 건 거의 하지 않고 (보조직이 한다고 함) 이용자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지적 조언자 비슷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논문을 쓰려고 참고 도서를 부탁하면 사서가 주제에 적합한 도서들을 찾아 주는 식으로 말이다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는가?
그런 지적 조력자가 옆에 있다면, 그것도 무료로 도서관에만 가면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도서관을 왜 멀리 하겠는가?
저자의 말처럼, 인터넷에서 모든 정보를 구할 수 있다고 믿는 이 시대에도 나의 요구사항과 궁금증을 직접 대면하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데 뭣하러 말도 안 통하고 온갖 쓸데없는 자료까지 몽땅 보여주는 멍청한 컴퓨터를 이용하겠는가?
그러나, 문제는 과연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사서가 있느냐다

언젠가 읽은 "누가 책을 죽이는가" 라는 서점에 관한 책이 있었다
거기서도 인터넷 서점 때문에 일반 서점이 죽어간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책으로 서점인이 고객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라고 했다
여름에 읽으면 좋을 추리소설, 이런 식으로 고객의 수요를 유발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이혼 관련 서적을 한데 모아 놓는다든지, 9.11 테러와 이슬람 책을 같은 곳에 놓아둔다든지 하는 식으로 말이다
혹은 고객이 서점 직원에게, 19세기 인상파 미술에 관해 알고 싶어요, 라고 말하면 직원은 고객의 나이와 학식 등을 고려해 관련 서적을 추천해 준다
과연 대한민국에서 이런 서점인을 만난 적이 있는가?
저자는 이런 서점인 같은 사서가 되라고 한다.
고객의 궁금증을 풀어주고 독서욕을 자극하고 필요한 지식을 공급해 주는 사서, 지적 조력자!
생각만 해도 흥분되지 않는가?
대한민국에 과연 이런 도서관 사서가 있을까?
마치 환자의 질병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부분까지 모조리 통째로 책임져 주는 의사를 찾는 것 같다
세상에 그런 의사가 어디 있느냔 말이지

가장 비영리적이고 비경쟁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도서관마저도 신자유주의 물결에 노출되어 허둥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하다
대출율을 늘리기 위해 "오체불만족" 같은 베스트셀러는 50여권을 한꺼번에 구입한 적도 있다는 일본 도서관이 생각난다
한국 도서관도 옛날보다는 참 좋아졌다
이용자들을 위해 대출 시간도 늘리고, 희망도서도 가능하면 빨리 구입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서들은 단지 대출 업무를 위해 앉아 있는 사람들 같다
찾는 책이 없을 경우, 친절하게 나서서 찾아 주겠다는 사서를 본 일이 없다
항상 제대로 찾은 거 맞냐는 식으로 쳐다 보고 계속 찾아 달라고 요구하면 마지못해 일어난다
그리고 그 책이 없으면 그걸로 끝이다
찾아 보고 나중에 연락해 주겠다든지 왜 없어졌다든지 하는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
이용자 대출율로 도서관의 생산성을 비교한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자에게 써비스를 제공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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