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 - 미국 복음주의를 모방한 한국 기독교 보수주의, 그 역사와 정치적 욕망
김진호.최형묵.백찬홍 지음 / 평사리 / 2007년 6월
평점 :
품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은 책이었다
무엇보다 자기 주장만 늘어 놓는데서 끝나지 않고 근거를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당위적이고 원론적인 주장과 비판만 펴면 어쩌나 내심 걱정했는데 꽤나 학술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한미 FTA나 미군 철수 문제 등은 솔직히 말해 나는 정부 쪽 생각과 비슷하다
사실 정치 문제는 관심 밖이기 때문에 굳이 내 의견을 피력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래서인지 미국 종속화에 대한 강한 비난에 대해 완전히 공감하지는 못했다
어쨌든 미국의 원조가 경제 성장에 이바지 한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냐는 쪽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주의는 정말 너무너무 싫다
싫다는 정도를 얼마나 강하게 말해야 그 정도를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성경무오류설을 믿지 않고 문자주의에도 반대한다
마치 진화론을 믿느냐 안 믿느냐로 신앙의 정도를 평가하는 시선도 혐오스럽다
금연이나 금주가 과연 신앙의 깊이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설사 비례 관계가 형성된다 하더라도 개인의 사생활 혹은 취향의 문제를 놓고 남을 비난한다는 게 옳바른 일일까?
언젠가 이런 우화를 읽은 적이 있다
피정을 간 아들과 아버지가 저녁 기도를 올리려고 일어났다
그런데 다른 신자들은 기도도 안 하고 자버리는 것이다
아들이 그들을 비난하자 아버지가 슬픈 목소리로 말했다
"아들아, 차라리 오늘 네가 기도를 안 하고 자 버리는 게 나을 뻔 했구나"
나는 이 우화를 마음 깊이 간직하고 있다
과연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게 무엇일까?
아들이 밤에 자지 않고 일어나 기도를 올리는 것일까, 기도를 안 하고 잠들어 버린 게으른 신자들을 비난하는 것일까?
마치 하나님의 뜻을 자기들만 안다는 듯이, 일방적인 기준을 가지고 남을 비난하고 평가하고 심지어 공격하는데 온 힘을 모으는 근본주의자들을 보면, 아무리 생각해 봐도 신앙 보다는, 권력의 헤게모니를 쥐려는 암투로 밖에 안 보인다

여러가지 판단이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개인의 자유를 간섭하는 게 정말 너무 싫다
어디까지나 취향의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마치 신앙의 척도인 양 평가하는 기독교의 경건주의 혹은 엄숙주의가 싫다
금연과 금주가 그렇게 중요하다면, 성생활 역시 금해야 하지 않겠는가?
성욕이야 말로 인간을 가장 타락하게 만드는 강렬한 욕구가 아닌가?
이단이라고까지 말하는 카톨릭 사제들이, 그런 면에서는 그들보다 훨씬 더 훌륭하다, 그들 논리로 따지자면
동성애, 낙태, 미혼모 문제 등을 왜 교회가 간섭하는지 모르겠다
성경에 나왔다고 하는데, 그렇게까지 일획일점 틀리지 않고 지키려고 든다면, 왜 구약시대 그 많은 계율들은 죄다 무시하고 있는가?
나는 동성애자도 아니고 내가 아이를 갖게 된다면 낙태도 안 하겠다
그렇지만 그건 개개인의 선택의 문제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면 안 하면 그만일 일을, 왜 심지어 살인까지 불사할 정도로 남에게까지, 심지어 공동체 전체에게 그 신념을 강요하는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이른바 세대주의라고 불리우는 천년왕국설도 정말 싫다
그것은 다만 언젠가는 하나님의 나라가 올 것이라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소망이고 마음에 깊이 담아 두는 희망일 뿐이다
왜 그것을 억지로 현 정치에 짜맞춰 신자들을 협박하는가?
다니엘서에 나온 괴물이 정말 로마 제국이고 또 미국인가?
성경을 이용해 권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는 목사들, 그리고 거기에 부응하는 신자들, 정말 나는 어쩔 수 없이 무교회주의자가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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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08-02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 지금 시점에 딱이죠. 보고픈데.

marine 2007-08-02 15: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리뷰를 좀 성의없게 썼는데요,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