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야스 도서관 이야기
다케우치 노리요시 지음, 도서관운동연구회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07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지만 도서관에 대해 생각해 볼 계기는 됐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독서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상하게 일본책들은 약간은 조잡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너무 세세하게 파고 든다고 해야 할까?
우리와 비슷한 환경이고 같은 아시아인이라는 점에서, 영어로 발간되는 책보다 더 흥미롭고 쉽게 와 닿아야 할텐데 오히려 더 시시하게 느껴지고 얼른 와 닿지가 않는다
하루키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일본 소설이나 에세이에 대해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있었음을 인정한다

이 책을 찾을 때도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도서관에 근무하는 사서분들에게는 좀 미안한 얘기지만, 대체적으로 책을 찾아 달라고 했을 때 내켜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
아르바이트 학생이나 공익근무요원 같은 젊은 친구들은 말 붙이기는 쉬우나 꼭 찾아주겠다는 의지가 없고 (사실 어디 들어 있는지 잘 모르는 것 같다)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사서 분들은 불친절 하기 때문에 말 걸기가 꺼려진다
이 책 역시 과천 도서관에서 빌린 것인데 예상되는 자리에 없었다
몇 번 망설이다가 꼭 읽고 싶어 여자 사서에게 부탁했더니 대번에 인상이 변하면 "뭐요? 이름이 뭐라고요? 우리야스?" 이런 식으로 나왔다
옛날 같으면 벌써 목소리가 작아져서 "아니, 그냥 됐어요" 하고 물러섰을 상황이었다
내 발음을 못 알아듣겠다면서 똑바로 말해 보라는 식으로 나오는데 벌써 기분이 확 상했지만 끝까지 찾아 달라고 요구해서 다른 곳에 꽂혀진 이 책을 손에 쥐게 됐다
이 책에 따르면 대출 업무가 도서관의 가장 중요한 일이고 몇 권을 대출했느냐로 실적을 따지는 것 같은데 이용자가 편하게 빌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게 도서관에 대한 내 소망이다

책의 저자는 도서관의 학습관화에 반대하고 대출 업무에 치중하기 때문에 우라야스 도서관은 열람실이 겨우 50여 석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학습관이라고 하니까 거창하게 들리는데, 우리식으로 하자면 무료 독서실 혹은 무료 공부방 아니겠는가?
수험생들 때문에 책 읽을 자리가 없어서 쉽게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하는 나로써는 분개할 만한 대목이었다
도서관이 시민의 필요에 따라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다는 게 나쁜 일은 아니지만, 도서관 본연의 업무에서 많이 벗어났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도서관들은 이용자가 얼마나 많은 책을 대출했는가로 실적을 평가하는 것 같다
그러니 당연히 이용자가 쉽게 도서관에 올 수 있도록 걸어서 10분 거리 내의 도서관 확보에 열을 올릴 수 밖에
본관 외에도 10개의 이동문고 정류소를 확보하고 분관까지 네 개나 거느린 우라야스 도서관의 아이디어가 놀랍다
나중에 집을 사게 되면 도서관에서 얼마나 가깝냐를 따지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시민 누구나 걸어서 도서관에 갈 수 있다는 일본의 도서관 현실이 꿈같이 들린다
어떻게 분관 설치를 생각했을까?
열람실을 줄이고 빌려 주는 데 치중한다면 분관 설립도 꼭 예산이 많이 드는 큰 공사는 아닐 것 같다
이동도서관은 직장에 다니는 탓에 별로 이용해 본 일이 없어서 잘 실감이 안 난다
그렇지만 집에 있는 아이들이나 어머니들은 꽤 유용할 것 같다

요즘 도서관이 많이 좋아진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대출 시간이 연장됐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직장인들이 6시까지 책을 빌리러 간다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 역시 인력 문제 때문에 힘들다는 건 이해하지만 하여튼 직장인은 주말이 아니면 평일에 대출하기가 쉽지 않다
다행히 서울로 온 후 대부분의 도서관들이 8시까지 대출 업무를 본다
나처럼 늦게 퇴근하는 사람도 매일 도서관에 들려 책을 빌릴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이다
책 종류나 신간 확보 문제는 어느 정도 만족하는 편이다
내가 보는 책이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아닌데도 대부분의 책은 구입되어 있고 신간도 빨리 들어오는 편이다
특히 희망도서는 대부분 한 달 이내에 구입해 준다는 점에서 도서관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대출 권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바다
꼭 필요한 써비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현재 대부분의 도서관은 2주일에 5권까지 대출해 주지만 내 경우는 솔직히 좀 모자라다
더구나 직장인이기 때문에 도서관에 자주 갈 수 없어서 대출권수가 아쉬울 때가 많다
그러나 책의 주장처럼 한 사람에게 10권까지 대출이 되려면 이용률이 높은 책은 많이 구입을 해야 하므로 예산 부담이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오체불만족 같은 베스트셀러는 한 번에 100권 가까이 구입을 하는 모양이다
도서관이 무료 대여소가 되고 있다고 서점인들이 목소리를 높이지만 날이 갈수록 독서율이 하락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보자면 그나마 도서관이 베스트셀러 확보에 힘써 대출율을 늘리는 것도 출판 문화에 큰 힘이 될 것 같다
그나마 베스트셀러 마저도 직접 돈 주고 사지 않으니 도서관이라도 많이 구입해서 대출함으로써 인구에 회자되게 하면 이슈화 시킬 수 있지 않겠는가

내 바램을 들자면, 나는 도서관이 북까페 같은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
수험생이 아닌 까닭에 열람실에 대해서는 솔직히 부정적이고 종합자료실 좌석을 늘렸으면 한다
책 읽을 공간이 마땅치 않아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데 종합자료실은 열람실에 비해 좌석이 많지 않다
도서관의 공부방화를 개탄하면서도 정작 책 읽는 사람을 위한 배려는 적은 것 같아 안타깝다
음료수 반입이 책에 오물을 묻히는 등의 부작용을 동반할 수도 있겠으나 가능하면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트북 이용도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제일 부러운 것은 집필실을 제공해 준다는 미국 도서관이다
우리나라도 고시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고시실을 따로 운영하는 걸 보긴 했지만 하여튼 마르크스가 대영제국에서 자본론을 집필하는 것처럼 우리도 작가들이 도서관에 책 쓸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면 좋겠다

덧붙이고 싶은 한 마디는, 대체 왜 도서관 책에 낙서를 하느냐이다
그렇게 줄 긋고 싶은 욕구에 시달린다면 돈을 주고 책을 사서 맘껏 그으면 될 일이 아닌가?
함께 보라고 빌려 주는 책을, 마치 자기 책이라도 되는 양 여기저기 줄을 긋고 형광펜으로 난도질을 해 놓은 이 책을 읽으면서 솟아오르는 분노 때문에 혼났다
적발해서 어떻게든 책임을 묻고 싶은 심정이었다
어떤 분은 자기가 줄을 그으면 뒷사람이 읽을 때 책읽는 흥미가 배가될 거라는 다소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하기도 하던데 도서관 책은 본인 소유의 물건이 아님을 유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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