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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탐한 보석의 역사
에이자 레이든 지음, 이가영 옮김 / 다른 / 2021년 6월
평점 :
그저 그런 뻔한 보석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고 전문가스러운 힘이 느껴지는 책이다.
450 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꽤 있는데도 아주 흥미롭게 읽었다.
보석이라고 하면 단순히 화려한 사치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인간의 욕망, 특히 상대보다 우월함을 뽐내고 싶어하는 지위적 재화로서의 가치가 이렇게 컸나 새삼 알게 됐다.
돈이 많은 것을 직접적으로 보여 줄 수 있는 표식인 셈이다.
마치 기능적으로는 거추장스럽기만 한 공작새의 꼬리처럼 말이다.
앞서 읽는 <사람의 아버지>라는 책에서는 성선택을 받는 인간의 표지로써 두뇌를 꼽았다.
건강해 보이는 육체, 대칭성을 이루는 멋진 외모와 더불어 인간은 두뇌를 이용해 이성에게 성적 매력을 과시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인싸라고 부르는 이들의 자질, 이를테면 멋진 말솜씨, 번득이는 아이디어들, 멋진 노래 솜씨와 춤 등등.
이 책에서는 이런 매력적인 외적 표지로써 보석을 설명한다.
우리나라는 유럽처럼 보석 문화가 덜 보편화 되서인지 일상에서 신분 과시용으로 보석을 착용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지는 못했다.
오히려 재산적 가치로 금이나 다이어몬드 등을 집에 고이 모셔 놓은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명품 가방이 훨씬 흔하게 볼 수 있는 과시재인데 유행을 크게 타고 시간에 따른 가치 하락이 커서 보석 정도의 힘은 아닌 듯하다.
남자들의 자동차나 시계도 이런 과시재에 해당된다.
사실 시계야말로 도대체 왜 천만원 단위의 고가품을 사고 파는지 정말로 이해가 안 갔는데 책을 보면서 고개가 끄덕여졌다.
손목시계야 말로 대단히 놀라운 공학의 승리이고 거기에 보석으로서의 가치까지 더해져 아주 과학적인 사치품이라고 한다.
나는 정말로 소비욕이 전무한 게 틀림없는 것 같다.
결혼예물은 물론이고 반지나 한복도 안 맞춘 사람으로 인간의 물건에 대한 이런 욕구가 참 신기하다.
보석이라는 소재를 통해 역사적 사건과 인간의 소유욕을 설명한 좋은 책이다.
러시아 황실의 몰락, 일본 양식 진주의 선구자 부분도 인상깊게 읽었다.
<오류>
269p
메리는 자기보다 똑똑하고 훨씬 힘이 센 사촌 언니 엘리자베스가 자신을 보호해줄 거라고 기대하며 서둘러 잉글랜드로 향했다.
-> 엘리자베스 1세는 메리 스튜어트의 사촌언니가 아니라 당고모이다.
284p
비운의 마지막 황후가 러시아 사람이 아님은 확실하다. 알렉산드라 황후는 독일 공주였지만 영국인과 덴마크인 혼혈로~
-> 니콜라이 2세의 배우자였던 알렉산드라는 어머니가 빅토리아 여왕의 딸인 알리체였고 아버지가 헤센의 루트비히 4세였다. 영국인과 덴마크인의 혼혈은 잘못된 표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