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의 경관 - 전통유산과 기억, 그리고 장소
조지프 L. 스카파시 & 아르만도 H. 포르텔라 지음, 이영민.김수정.조영지 옮김 / 푸른길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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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역에 대한 책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 수준은 되야 출판할 수 있는 게 아닐까.

누구나 쉽게 책을 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양질의 책보다는 오히려 종이 공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내용은 빈약한데 그럴 듯한 사진과 편집 기술, 마케팅으로만 승부를 보려 하니 안타깝다.

제목은 매우 건조하고 재미가 1도 없게 생겼는데 내용은 정말 알차고 흥미롭다.

여러 학자들이 쓴 책인데도 주제에 수렴하는 통일성이 훌륭하고 지루하거나 어려울까 봐 걱정했는데 쉽고 흥미롭다.

쿠바라는 나라에 대해 처음으로 제대로 알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막연한 찬양이나 비판이 아니고, 쿠바라는 나라의 인문 자연 경관에 대해 풀어 쓴 좋은 책이다.

쿠바의 현재 경관을 탄생시킨 결정적인 요소는 1959년의 혁명도 아닌 바로 설탕 산업이었다는 것이 흥미롭다.

쿠바가 설탕 산업의 선두 주자였다니 처음 알았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이 있고 철도가 뚫리고 미국 자본이 들어와 거대한 공장이 세워지자 쿠바의 설탕 산업은 나라의 근간이 된다.

스페인 지배 시절에 노예들이 유입된 것도 이 설탕 농업을 위함이었다.

혁명 이후 미국과의 관계가 단절되자 소비에트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었으나 90년대 소련이 무너지자 보조금에 의존하며 방만하게 운영된 설탕 산업은 몰락하게 된다.

여전히 미국과의 무역 관계가 회복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무상 의료, 무상 주택, 무상 교육 같은 무상 복지 정책은 그럴 듯하게 들리면서도 정작 국가가 그러한 부를 창출해 낼 여력이 없으니 결국은 가난의 공평한 나눔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중국에도 맨발의 의사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오마이뉴스였던가? 코로나 시대에 집집마다 방문하여 의료 서비스를 해주는 쿠바 정부에 매우 감격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백신을 개발하는 등의 선도적인 의료 기술은 결국 자본이 투입되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 나오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하다.

인민이 다같이 공평하게 못사는 것과 이른바 양극화라는 불평등을 감수하면서 좀더 잘 사는 나라에 속하는 것, 어떤 쪽을 민중은 선호할까?

국가는 정말로 모든 국민을 보듬어 안는 "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신자유주의에 대항하여 대중을 지키는 것이 좌파 사회주의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는 국가라는 빅브라더는 아닐까?

무주택자로서 이번 정권을 견디다 보니 분노가 폭발하는 건 참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쿠바라는 나라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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