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절의 역사 - 조선 지식인의 성 담론
이숙인 지음 / 푸른역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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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게 읽었다.

요즘은 페미니즘이 오히려 역차별 문제를 불러 일으킬 정도로 문제가 되는 시대지만, 어쨌든 전근대 사회에서 여성의 위치는 남성, 특히 가부장에게 예속되어 종속적인 삶을 사는 비주체적인 존재였음은 확실한 것 같다.

사회에 진출하는 남자들은 임금에 대한 충을 최우선시 하고 바깥 활동을 못하는 여성은 직접 임금에게 충을 바칠 수 없으므로 대신 남편에게 정절을 바치는 느낌이다.

여성의 권리야 비단 조선 사회만 낮았던 것은 아니겠지만, 개가 자체를 금지하고 평생 과부로 살게 하는 관습은 참으로 잔혹하고 비인간적이다.

요즘이야 여자가 직업 활동도 할 수 있지만 전근대 사회에서 남편을 잃은 과부가 아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평생 혼자 살 수 있었을까?

그래서 재산이 없는 하층민들은 개가가 자유로웠던 반면, 특권층인 사대부가의 여성들은 평생 수절했던 듯하다.

하층민들에게까지 현실적으로 수절을 강요할 수 없었을 터인데, 그럼에도 조선 후기로 갈수록 수절은 전 계층에 당연스런 관습이 되었다.

참으로 유교 교조주의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왜란과 호란을 거치면서 오랑캐에게 굴복하고 충을 제대로 실천할 수 없었던 사대부들은 보다 손쉬운 통제의 대상인 여성들에게 정절을 강조함으로써 사회 질서를 유지하려고 했다.

양란을 거치면서도 조선이 무너지지 않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던 걸 보면 확실히 이런 비인간적인 잔인한 노력은 효과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은 충이니 정절이니 하는 개념이 어리석게 보일지 몰라도 어쩌면 우리 후손들도 금과옥조로 떠받드는 현재의 가치, 이를테면 민주주의를 위해 개인의 삶을 무시하는 걸 비판하지 않을까?

이념과 가치를 위해 현재의 삶을 팽개치는 것은 확실히 어리석은 일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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