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만든 50개 주 이야기 - 이름에 숨겨진 매혹적인 역사를 읽다
김동섭 지음 / 미래의창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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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오래 된 책 <언어를 통해 본 문화 이야기>가 너무 재미없어 읽을까 말까 고민했던 책인데 이번 신간은 생각보다 꽤 재밌다.

표지 디자인도 관심을 끌게끔 산뜻하게 잘 만들었고 내용도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역사에 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역사를 좋아해서 책에서 자주 봐서인지 유럽은 미국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지는 반면, 미국의 각 주는 뉴욕 같은 유명한 도시를 빼놓고는 마치 남미나 아프리카 어디 지역처럼 전혀 감이 안 잡혔다.

책 읽으면서 구글 지도 펴 놓고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읽다 보니 미국이라는 나라의 전체적인 개념이 잡히는 것 같다.

결국은 앞선 문명을 가진 구대륙인들이 총과 세균을 가지고 신대륙으로 건너와 문명 발달이 뒤처진 원주민들을 내쫓고 건설한 게 바로 아메리카 국가들인가 보다.

남미 독립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잉카와 아즈텍 문명이 무너지는 과정이 너무 순식간이라 황당했는데도 북미는 그나마 국가 형태도 아니고 부족민 수준의 단계였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파괴된 것 같다.

그래도 미국의 여러 지명들에 인디언 부족들의 언어가 남아 있다는 게 약간의 위로가 될까.

프랑스의 흔적은 캐나다 퀘벡주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미국 중부의 거대한 땅에 뉴프랑스를 세웠다는 걸 처음 알았다.

나폴레옹이 헐값에 이 거대한 땅을 넘겼다고 하니, 알래스카를 넘긴 러시아나, 맨해튼을 단돈 24달러에 넘겼다는 인디언이나 요즘 관점으로 판단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아메리카에 현재 국가가 세워지는 과정은 원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착취와 약탈이겠지만, 유럽인들의 개척 정신은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배를 타고 그 먼 대양으로 무역을 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나간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고, 비록 약탈자라는 오명을 쓰기는 했지만 아메리카의 온갖 미지의 땅을 개척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미국의 지리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인상깊은 구절>

45p

애초에 프랑스는 캐나다처럼 먼 곳에 식민지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영국은 중산층이었던 청교도들이 중심이 되어 북미로 이주했지만, 프랑스는 프랑스 사회의 중추를 이루고 있던 신교도들(위그노)의 해외 이주를 허가하지 않았다. 영국인들이 정착한 뉴잉글랜드는 영국과 흡사했지만 다른 점이 있었다. 일단 영국인들의 다수를 차지하는 국교회 신자보다 신교도들이 많았고 세습 귀족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반면에 뉴프랑스는 본국인 프랑스 사회를 그대로 옮겨놓은 모양새였다. 뉴프랑스의 수도 퀘벡에는 궁정과 살롱이 생겼고 가문으로 사회적 지위가 결정됐다.

 뉴프랑스의 인구가 뉴잉글랜드보다 적었던 이유는 두 나라 사람들의 이주 목적이 달랐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식민지를 발전시키려면 인구수가 늘어야 하는데, 프랑스인들은 캐나다 식민지에 이주를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원주민과 협상을 통해 모피 거래를 하는 것이 그들의 주목적이었다. 그러므로 프랑스 정부가 이주자들에게 토지를 양도하여 그들을 정착시키려는 계획은 처음부터 실패로 돌아갔다. 프랑스 이주자가 많아지면 그만큼 모피 무역의 경쟁도 심해져서 수익성이 낮아질 거라는 생각도 인구 증가를 저해했던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두 번째 차이는 종교관이다. 프랑스는 뉴프랑스에 퀘백, 트루아리비에르, 몬트리올을 차례로 건설했는데, 이 도시들은 본래 선교를 위해 식민지의 교두보로 건설한 도시들이다. '야만인'이라고 불렸던 원주민들을 가톨릭으로 개종하는 가톨릭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이었다. 반면에 뉴잉글랜드의 영국인들은 생각이 달랐다. 원주민들을 개종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원주민들이 식민지 개척에 걸림돌이라고 여겼다. 이는 두 나라의 식민지 확장에 결정적인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배타적인 신념을 가진 개신교가 가톨릭에 비해 더 빠르게 영토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282p

미국은 골드러시로 1849년부터 1860년 사이에 어마어마한 양의 금을 채굴했다. 이는 150년 동안 전 세계에서 채굴한 금보다 더 많은 양이었다. 엄청난 금의 생산은 하늘이 미국에 내려준 천재일우의 기회였고, 미국은 유럽의 열강들에 가졌던 열등감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캘리포니아에서 나온 금 덕분에 미국은 30년간의 디플레이션을 완전히 극복했고, 경제가 급격히 성장했다. 역사상 미국처럼 적절한 식에 필요한 천연자원과 영토를 선물받은 나라는 없었다. 당시 미국은 금본위제도를 근간으로 달러를 발행했지만, 실제로 그 근간을 이루는 금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금광이 이 문제를 한번에 해결해줬다.

291p

미국은 행운을 거머쥔 것도 부족하여 보너스까지 덤으로 받은 것처럼 보인다. 북미 대륙에서 이른바 '겨울 왕국'은 캐나다에게 양보하고, 엄청난 노른자위 땅을 다 차지한 미국의 운세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알래스카라는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것이다.


<오류>

48p

영국에서 스튜어트 왕조의 마지막 왕인 앤 여왕이 후계자를 남기지 않고 사망하자. 프랑스에 망명 중이던 제임스 2세가 왕으로 즉위해야만 했다.

-> 제임스 2세는 앤 여왕의 아버지이고, 왕위를 요구한 이는 앤의 이복형제인 제임스 프랜시스 에드워드이다.

123p

조지 2세의 아버지 조지 1세가 제임스 1세의 증손자였기 때문에 그에게도 왕위 계승권이 있었다.

-> 제임스 1세의 딸이 조지 1세의 외할머니이므로 외증손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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