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불 속에서 피어난 라틴아메리카
존 찰스 채스틴 지음, 황보영조 외 옮김 / 경북대학교출판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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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재밌다.

복잡한 라틴 아메리카의 역사를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그것도 아주 쉬운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니, 역시 좋은 글은 어렵지 않다.

번역도 매끄러워서 술술 잘 읽힌다.

라틴 아메리카는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고 미국처럼 단일한 국가도 아니라서 복잡할까 걱정을 많이 한 책인데, 마치 한 권의 소설을 읽듯 재밌게 일독할 수 있었다.

라틴 아메리카의 전반적인 역사에 대해 궁금한 사람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대학출판사에서도 이렇게 재밌는 책을 펴낸다는 게 신기하다.

제목도 눈에 확 들어올 만큼 인상적이다.

복잡하게만 느껴졌던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 나라들이 하나의 큰 개념으로 잡히는 느낌이다.

왜 이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는 브라질만 포르투갈어를 쓰게 됐는지, 에스파냐령과의 차이는 무엇인지 같은 사회 구조에 대한 설명 등이 아주 유익했다.

미국은 정복 세력이 아닌 신앙의 자유를 찾아 떠난 가족 단위의 이민이었기 때문에 혼혈이 거의 없었고, 남미는 기회의 땅을 찾아 건너온 총을 든 정복자들이었기 때문에 봉건제를 오랫동안 유지했고 메스티소 같은 혼혈이 주를 이루며 북미와는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된 듯하다.

또 북미 대륙에는 아즈텍와 잉카 같은 원주민들의 제국이 없었던 탓도 있지 않을까 싶다.

미국처럼 자유를 찾아 에스파냐 왕실로부터 독립했으나 민중을 등에 업고 자유를 가장한 독재정치로 흐를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잘 설명해 준다.

결국은 자유주의 사상을 실제적으로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중산층의 부족 탓인 것 같다.

에스파냐령의 남미가 식민 지배자들과 싸우는 동안, 포르투갈이 지배한 브라질은 일찍부터 왕실이 독립해 자유주의를 받아들여 훨씬 안정적이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러나 결국 브라질도 황제를 쫓아내고 만다.

식민지 당시 남미 대륙이 골고루 발전했던 것은 아니고 은광 개발의 중심지인 페루가 가장 앞섰고 나머지 지역은 모두 변방에 속했다.

특히 브라질은 해안가를 중심으로 사탕수수나 커피 농장을 경영하긴 했으나 아마존 밀림이 많아 원래부터 정착 원주민이 적었기 때문에 거대한 땅이 분열되지 않았다.

<엄마 찾아 삼만리>라는 만화가 생각난다.

이탈리아 어린이가 엄마 찾아 아르헨티나로 떠나는 내용이었는데 바로 그 유럽 이주민들이 오늘날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건설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미국만 이민자들을 받은 게 아니라 남미 역시 많은 남유럽인들이 정착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미의 파리라 불리기도 한다.

유럽 문화를 고급 문화로 동경했던 것이다.

유럽의 영향력이 줄어든 후에는 미국이 금융과 무역, 정치까지 간섭하게 된다.

민족주의 정서가 커질 수밖에 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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