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의 제국 - 영국 현대미술의 센세이션, 그리고 그 후
임근혜 지음 / 바다출판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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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나온 초판을 읽으면서 영국의 새로운 미술가 집단 yBa 에 대해 알게 됐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그 때는 개념도 생소하고 처음 듣는 미술가들이라 꽤 힘들게 읽었던 듯한데 벌써 몇 년이 지나면서 여기저기서 많이 접한 덕분에 5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쉽게 금방 읽을 수 있었다.

표지 디자인도 산뜻하고 책 내용도 어렵지 않고 도판도 충분히 많아 영국 현대미술을 편한 마음으로 접할 수 있어서 좋다.

어느새 데미언 허스트는 세계 최고의 작품값을 받는 예술가가 되어 있다.

현대미술에 별다른 식견이나 취향은 없지만 상어를 방부제에 넣어 전시한다거나 두개골을 다이아몬드로 장식하는 등의 죽음에 관한 그의 성찰은 인상적이다.

영국 현대미술의 특장점은 이해하기 힘든 그들만의 리그 같은 현대미술을, 대중문화처럼 쉽게 접할 수 있게 다가갔다는 점일 것이다.

터너상을 TV 로 생중계 해주다니, 놀랍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 수준으로 예술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불안감이 있을 것 같다.

60년대 미국의 팝아트 느낌이랄까?

복제가 예술이 되는 사고의 전환이 신선하면서도 결국은 키치처럼 느껴진다.

다른 얘기지만, 어제 읽은 책에서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이 대중에게 다가간다는 목적으로 전달하는 질적 수준을 낮춰서는 안 된다고 했는데 역시 현대 예술에게도 해당되는 말 같다.


<인상깊은 구절>

130p

이처럼 미술계와 연예계에 걸친 광범위한 인맥을 이용해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미술을 알리는 것이 조플링이 견지하는 대중주의 전략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에 의존하는 불확실한 현대미술시장에서 그나마 작품의 가치를 결정하는 지표가 바로 '대중적 인지도' 또는 '작가의 명성'이기 때문이다.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은 국민 가수 엘턴 존의 소장품'이라는 말 한마디가 평론가가 공들여 쓴 책 한 권 보다 훨씬 막강한 위력을 행사하는 것이 엄연한 현실 아닌가.

514p

어느 사회건 '창조적 소수자'들이 주체로 등장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경제적 여건이 좋아져 대형 미술 프로젝트가 생겨나고 미술시장에 돈이 넘쳐난다고 해도 남다른 예술적 성취는 불가능하다. yBa 라 불리는 작가들이 없었다면 영국의 공공미술은 세계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해외 유명작가의 작품으로 채워졌을테고, 대형 미술관에는 유럽 대가들이 명작전으로 일색을 이뤘을 것이며, 화랑에는 여전히 잘나가는 뉴욕 미술을 동경하고 모방하는 아류가 판쳤을테니 말이다.

 예술의 특권이자 의무인 세상을 향한 거침없는 비판과 자유로운 상상이 가능한 민주적인 환경 즉, 벽이 없는 교육과 차이를 끌어안는 관대함이야 말로 우리가 "21세기는 창조산업의 시대"라는 구호를 외치기 이전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오류>

324p

찰스 2세의 초대로 영국을 방문한 페레트 파울 루벤스가 런던에 머무르며

-> 찰스 2세가 아니라 찰스 1세 때 영국을 방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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