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읽는 현대중국 1 - 사회주의 시기 도시로 읽는 현대중국 1
박철현 엮음 / 역사비평사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이 흥미로우면서도 어려울까 걱정이 됐던 책인데 예상 외로 아주 흥미롭고 무엇보다 여러 필자가 쓴 책인데도 주제에 대한 응집력이 대단하다.

역시 각 분야의 학자들이 쓴 책이라 수준이 상당하고 무엇보다 사회주의 체제의 중국, 특히 거주지 제한이라는 일종의 신분제와 같은 정책이 인민들에게 어떤 억압 기제로 작용했는지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 변화도 흥미롭다.

대약진 운동이 실패하고 대기근이 들자 연변의 조선족들은 마침 노동력 유입이 필요했던 북한으로 건너간다.

중국에서는 매우 우호적으로 이를 허용했고 이중국적도 가능했다.

도시호구 획득이 불가능해지면서 농촌에서 도시로 교육이나 직장 등과 같은 문화적 혜택 누리기가 매우 어려워지자 대안으로 북한으로 건너간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을 거치면서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험악해지고 북한은 중국보다 훨씬 위계적이고 강압적인 체제였기 때문에 다시 중국으로 넘어가 버린 경우가 많아졌다.

월북한 재일조선인들의 경우는 일본 사회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되돌아 가기 힘들었으나 중국으로의 복귀는 가능했지만 이들 역시 내부 사회에서는 탄압을 받게 됐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거주지 제한이었다.

북한도 평양은 특별 계층만 들어갈 수 있다고 들었는데 중국 역시 도시호구를 얻지 못해 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종의 불법 체류자처럼 도시에서 일하는 농촌 노동자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이 값싼 노동력이 되면서도 도시 빈민층으로 주택 문제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기사에서도 봤던 것 같다.

농촌에 국민을 묶어 놓는 정책이 20세기에 가능했다는 점만 봐도 얼마나 폭압적인 정치 체제인지 실감이 난다.

그 거대한 영토와 엄청난 인구, 그리고 수많은 민족들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인민민주의를 가장한 엄청난 독재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그런 체제를 계속 유지하면서 미국에 맞서는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점을 더 대단하게 생각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책에서는 농촌을 일종의 내부 식민지로 묘사하기도 한다.

농촌의 수탈을 바탕으로 도시 경제를 돌린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에서 야심차게 추진한 집단 주택, 즉 도시인민공사에 들어가는 소수의 모범 노동자들은 일종의 특권 계급이 된다.

공산주의의 기본 이념이 만민평등이고 자본가들의 노동 착취에서 해방되는 것인데, 국가는 자본가를 대신한 더 거대한 착취 세력이 된 셈이다.

또 공산당이라는 새로운 특권층이 형성됐다.

과연 국가는 개인에 비해 공정하고 사적 이익을 탐하지 않는 공적인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공산주의 사회를 보면 만민이 평등하기는 커녕, 공산당이라는 거대한 독재 집단에 의해 지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 가려고 하는 인간의 욕망을 원천적으로 꺾는 정치 체제는 아무리 미사여구로 포장을 해도 결국은 억압적일 수밖에 없고 본능을 무시하기 때문에 실패할 것이다.

누구나 강남에 살고 싶고 가제, 개구리, 붕어들이 행복한 개천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비난받을 수 없다.

그리고 그런 개천은 유토피아일 뿐 존재하지도 않을 것이다.

아마도 말한 사람 본인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