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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국노 고종 -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지도자
박종인 지음 / 와이즈맵 / 2020년 12월
평점 :
신문 기자가 쓴 책이고 제목도 너무 자극적이라 대중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책이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꼼꼼하게 사료를 분석하고 상당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았다.
자극적인 제목에 비하면 내용이 훨씬 점잖은 편이다.
군데군데 지나치게 감정적인 평가가 약간 거슬리기도 하지만 비전문가의 책 치고는 괜찮은 역사서라 평하고 싶다.
고종이나 민비에 대한 대중들의 환상은 옛날부터 민족주의적 시각에 가려린 잘못된 것이라는 평가를 신뢰하고 있었다.
그래서 드라마나 뮤지컬에서처럼 정말로 명성황후가 나는 조선의 국모다고 외치고 죽었을까 말도 안 되는 설정이라 생각했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비참하고 끔찍한 죽음이었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역사적 평가는 냉정해야 한다 생각한다.
이 책은 한걸음 더 나아가 진짜로 조선 망국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우매한 리더였던 고종을 비판한다.
오히려 흥선대원군은 방향이 잘못 되긴 했으나 나름 국가에 애정을 가지고 부국강병 하려고 애쓴 노력을 인정해 준다.
제국주의 시대의 혼돈 속에서 과연 어떤 지도자가 나왔다 해도 식민 지배를 막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긴 하지만 어쨌든 거의 마지막 군주인 고종은 격동의 시대를 이끌어 가기에는 너무나 함량 미달이었다고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도 고종은 국가를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해는 전근대적 전제군주였을 것이다.
국가와 왕실을 분리하지 못했게 문제였다.
저자의 비판에 따르면, 고종은 대한제국이라는 국가를 자신의 사적 소유물로 생각하고 나라의 안위가 아닌, 자신의 권력 유지와 재산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인다.
이 때 협력자가 바로 민씨 일족이다.
민비에게 휘둘린 게 아니라 그들을 파트너로 생각했던 것이다.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무려 4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권력을 뺏기지 않고 재위한 것도 놀랍고 말년에도 자식을 낳고 60대까지 당시로서는 천수를 누린 셈이니 대한제국의 멸망이라는 불행과는 별개로 개인적인 삶은 그럭저럭 잘 꾸려나갔던 모양이다.
맨 마지막에 저자는 헤이그 밀사 파견이 조선 독립운동을 했던 미국인 헐버트가 주관해 기업인에게 돈을 빌린 것으로 추정하던데 이 부분은 좀더 역사적 연구가 뒷따라야 할 듯하다.
이준은 헤이그에서 사망하고 이상설은 러시아에서 병사했으며 이위종은 적군파에 가담했다가 사형당한다.
세 열사들의 말년이 안타깝다.
합방 후 이왕가는 일본 황실에 편입되어 어쨌든 왕족으로 우대받았으니 왜 대한제국이 총 한 번 쏴 보지 못하고 일본에게 먹혔느냐에 대한 비판은 아무래도 고종이 받아야 할 몫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