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와 만나다 - 탄생, 갈등, 성장의 역사 비아 만나다 시리즈
로널드 헨델 지음, 박영희 옮김 / 비아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은 흥미로운데 내용은 다소 지루했다.

근본적으로 내가 성경을 신학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책에 나온 이들, 이른바 신무신론자들인 리처드 도킨스 등의 입장에 서서 비합리성을 비판하기 때문에 창세기가 서구 문명에 끼친 영향에 대한 내용들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 하다.

진즉에 기독교적 인격신에 대한 비실재성을 확신하는 내가 여전히 성경에 대한 관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가족을 구원하고픈 열망에 휩싸인 근본주의자인 엄마 때문이다.

이 책에도 미국에서 시작된 아주 현대적인 역사를 가진 근본주의자들이 등장한다.

성경에는 다양한 해석법이 있어 왔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성경 무오설을 주장하는, 문자 그대로의 해석을 중시하는 근본주의적 교리는 최근 100년 사이에 미국에서 형성됐다고 한다.

가장 자본주의적인 사회에서 가장 대척점에 있는 교파가 발전한 셈이다.

전통적으로 성서는 두 가지 관점에서 해석되어졌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현실주의적 관점, 두 번째는 알렉산더 대왕의 정복 이후 헬레니즘 문화가 퍼지면서 그리스어 번역이 이루어진 후의 플라톤적 해석.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이데아, 혹은 완전무결한 이성의 세계와 불완전한 감각의 세계가 대립하는 이원론적 관점이 플라톤의 해석이다.

사실 나도 앍 모르게 이런 이원론적 관점을 갖고 있었다.

육체는 불완전하고 인간의 정신이 추구하는 고결한 이상의 세계는 따로 있다고 믿어 왔다.

영혼의 존재는 뇌 작용에 불과하다는 과학적 입장을 받아 들인 후로는 우주의 생성 원리는 관측할 수 있는 혹은 예측할 수 있는 실험적 방법으로만 이해될 수 있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무신론자 혹은 불가지론자가 되었고 적어도 기독교적 인격신은 확실히 실재하지 않는다고 믿게 되었다.

우리 선조들도 이성이 있는 사람들이라 비록 과학적 지식은 부족했지만 성경이 문자 그대로 사실일 수 없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받아들이게 됐고 자신들이 관찰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성경과 자연을 조화시키기 위해 상징적인 해석을 추구했다.

대표적인 예가 갈릴레오이다.

자연을 수학적으로 기술할 수 있게 되면서 성경이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고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찾아야 한다는 식으로 신앙과 이성의 조화를 꾀했다.

루터의 종교개혁 이후 오직 성경으로라는 해석법으로 바뀌면서 가톨릭의 자의적 해석은 막았지만, 근대 이후 과학이 발달하면서 어느 순간 더 이상은 함께 가기 어려운 상황이 와 버렸다.

지동설까지는 어찌어찌 조화롭게 받아들였으나 19세기 다윈의 진화론은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 버렸다고 한다.

태양 중심설까지는 이해를 해도 인간이 처음부터 창조된 것이 아니라 하위 동물로부터 진화했다는 이론은 도저히 성경와의 조화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래서 극렬하게 진화론을 거부하는 모양이다.

상징주의 해석이 남아 있을 때는 그래도 현실과 성경의 조화가 가능한데 근본주의적, 문자 그대로의 성경 무오설로 가버리면 현대 사회에서 성경이 설 자리가 좁아질 수밖에 없음을 피력한다.

심지어 저자는 문학적 상상력으로서의 창세기 해석까지 자세히 실어 확실히 성경을 경전으로 보지는 않는 듯하다.


<오류>

206p

2년 후 갈릴레오는 편지 내용을 확장해 자신의 후원자인 크리스티나 대공 부인(the Grand Duchess Christina)에게 보냈다.

-> 이 여인은 대공과 결혼한 대공 부인이 아니라 스웨덴의 여왕이었다가 퇴위한 후 여대공의 작위를 가진 독신 여성이므로 크리스티나 여대공이라 번역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