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다시 보기 - 다섯 시선으로 바라본 인류의 역사, 그리고 미래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 문명학 총서 2
주경철 외 지음 / 나남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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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약간 애매해서 읽기 전에는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잘 안 된 책이다.

서울대학교에서 교양 강좌로 다섯 교수들이 강의한 내용을 엮은 책인 듯한데, 문명이라는 주제를 여러 측면에서 서술한 점에서는 독특한 시도 같다.

첫번째 장에서는 문명과 문화를 구분한다.

간단히 말해 문명은 발전적인 것, 대표적인 예로 산업화에 성공한 선진 서구 문명을 들 수 있다.

반면 문화라는 것은 후발 주자들이 자기들 고유의 생활 양식과 사유 등을 지칭하는 일종의 정신적인 면이라 할 수 있다.

문명은 발전하는 것이지만 문화는 다양하고 상대적인 것이므로 비교 우위를 따질 수 없다.

산업화에 빨리 성공한 영국과 프랑스 문명에 대한 대안적 비판으로 후발 주자인 독일이나 러시아가 정신적인 면을 강조하는 문화를 주창했다는 점이 흥미롭고 아시아의 후발 주자 일본도 다시 서구 문화에 대항하는 일본 문화론을 들고 나왔다.

재밌는 것은 서구 문명의 몰락을 예견하고 자신들의 흥기를 예견한 일본인들의 비교 문명론이다.

더 넓게 본다면 동양에 대한 우월적 시선인 오리엔탈리즘의 반대 급부, 옥시덴탈리즘이라고 할까?

저자는 보편 가치, 이를테면 남녀평등이나 인권마저도 외세인 서구 문명으로 몰아세워 국민들을 억압하는 문화주의를 비판한다.

이슬람의 여성 인권 등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서양이 동양 문명을 한 수 아래로 봤듯 일본이 아시아 식민지를, 중국이 유목민을, 또 조선 역시 여진족을 비슷한 개념으로 교화해야 할 대상으로 봤다는 점이 흥미롭다.

인간의 속성이 원래 자신의 것과 남의 것을 나누고 차별적 시선으로 구분짓는 듯하다.

2장은 3천년 전부터 지금까지 하나의 연속적인 문명을 유지해 온 지구상의 유일무이한 중국 문명에 대해 논한다.

중국은 일종의 거대한 섬이라고 할까?

유럽이 무수한 민족과 나라가 명멸했던 반면 동아시아의 이 거대한 나라가 기원전 1500년 전의 상나라로부터 21세기 중국에 이르기까지 연속성을 유지해 와싸는 사실이 놀랍다.

특히 종교가 한 번도 지배력을 갖기 못하고 국가의 권위에 눌려 왔다는 점이 독특하다.

그 강력한 국가의 권위는 상나라의 갑골문에도 기록되어 있듯 하늘의 천명을 받은 군주, 덕이 있는 현자가 다스리는 천명 사상을 매개로 유교적 경전을 공부한 이들이 과거제를 통해 선발되어 국가를 떠받았들어 왔다.

오늘날 중국 공산당의 1당 독재 혹은 집단지도체제도 오랜 전통을 가진 형태 같다.

교역을 매개로 성장한 서구 문명과는 매우 다른 모습이다.

3장은 유럽 문명이 어떻게 산업화에 성공했는지, 4장은 재료, 즉 나무나 금속 같은 자원이 문명의 유지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5장은 인간이 문명을 건설한 원동력인 사회적 지능에 대해 논의한다.

철학적인 부분도 있어 다소 지루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인간의 역사와 문명의 형성 과정에 대해 살펴 본 좋은 시간이었다.


<오류>

116p

영국정부가 배상과 함께 무역개방을 요구하며 일으킨 전쟁이 1839년의 1차 아편전쟁이었다.

->아편전쟁은 1840년에 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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