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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전염병 13가지
제니퍼 라이트 지음, 이규원 옮김 / 산처럼 / 2020년 3월
평점 :
오래 된 책인 줄 알았는데 옮긴이 말에 코로나 얘기가 있어서 놀랬다.
어느새 코로나 발병한지도 2년째로 접어들고 있구나.
여전히 백신 접종은 요원하고 올해라도 과연 끝날 수 있을지 답답하다.
1918년에 발병해서 전 세계에 5천 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 독감과 비슷한 경우이려나.
그 때는 세계1차 대전이라는 전대미문한 엄청난 사건이 있었던 해라 면역계가 지나치게 활발했던 젊은 사람을 중심으로 급속하게 퍼져 갔던 게 이해되는데, 21세기의 코로나는 이렇게도 끈질기에 전 세계를 괴롭히고 있는지 정말 힘들다.
책에 소개된 흑사병이나 스페인 독감 등에 비하면 전염력은 높을지언정 치사율은 크지 않지만, 내가 자영업자고 코로나 감염 후 직격탄을 맞아서 그런지 개인적으로 느껴지는 압박감이 정말 큰 것 같다.
공무원이거나 대기업 회사원이었다면 코로나 감염 자체가 다소 불편하긴 해도 이렇게까지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서 정부 당국이 대중의 공포를 조절하고 잘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는데 전염병 상태가 1년 넘게 길어지다 보니 이런 신뢰감을 계속 유지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껴진다.
맨 첫 장에 소개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시절의 안토니누스 역병에서도 특별한 치료법이 없었지만, 황제가 제국이 동요하지 않게 신속하게 시체를 치우고 군사들을 충원하면서 고군분투한 내용이 나온다.
결국 그도 먼 변방에서 제국을 지키다 역병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전근대 사회에 비해 현대 사회는 항생제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어 치명적인 사망률을 막을 수 있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보건 위생의 발전인 것 같다.
콜레라의 전염 경로를 밝힌 존 스노의 일화에서처럼 특별한 치료법 자체보다 주변 환경을 위생적으로 잘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예방법이고 고대의 위정자와 의사들도 역병에 대한 정확한 지식은 없었지만 이런 상식을 이해했기 때문에 어쨌든 인류가 멸종하지 않고 계속 문명을 이어갈 수 있었던 듯하다.
나병이나 매독, 결핵 등이 치료제의 발명으로 크게 감소한 것은 괄목할 만한 의학적 진보 같다.
책에 소개된 13가지의 전염병 중 장티푸스에 걸린 적이 있어 공감이 확 갔다.
하필 의약분업 때문에 의사 파업을 할 때라 응급실에서 병실로 올라가지도 못하고 40도 넘는 고열로 시달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책에도 무증상 보균자였던 요리사 메라가 수많은 이들을 사망으로 몰고 간 사례가 나온다.
이런 전염 경로를 파악했다는 것 자체가 놀랍다.
음식업 종사자들이 손을 깨끗히 씻고 위생장갑을 사용해야 한다는 간단한 규칙도 이런 치명적인 사망 케이스들이 모여 비로소 확립된 걸 보면 보편적인 상식들을 좀더 열심히 지켜야 할 것 같다.
소아마비 백신 개발도 아주 인상적이었다.
소크라는 백신 개발자는 이름만 들어 봤었는데 특허권까지 포기하고 대량 생산할 수 있게 해 준 대단한 사람인지는 미처 몰랐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소아마비로 다리를 저는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보질 못하는 것 같다.
당장 책에 소개된 루즈벨트 대통령이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했고 놀랍게도 이 정치인은 소아마비 치료와 백신 개발을 위해 전미에 엄청난 기금 모금을 추진했다.
정치인의 선한 영향력이 소크라는 이타적인 의학자와 만나 소아마비를 박멸하게 된 이상적인 사례가 탄생한다.
영화 같은 이야기인데 이런 어려움 속에 탄생한 백신들을 거부하기도 하는 현재의 세태는 개탄스럽다.
집단 면역이라는 개념을 이해한다면 백신 거부는 있을 수가 없는 이야기인데 좀더 홍보가 필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