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사 - 볼가강에서 몽골까지
피터 B. 골든 지음, 이주엽 옮김 / 책과함께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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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줄 때 별 4개인 경우 많지 않은데, 이 책은 역자가 후기에서 밝힌 바대로 중앙아시아사 개론서로 손색이 없다.

중앙아시아는 정주국가와는 달리 유목민들이 명멸해 간 곳이라 너무 복잡하고 현재의 국가가 과거 민족들과 1:1로 매칭되지도 않아 항상 헷갈리고 실체가 모호한 느낌이었는데 이 책은 정말 쉽고 명료하게 정리되어 있다.

역자의 찬사처럼 중앙아시아사의 최고 권위자가 쓴 책이라 그런지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아주 쉽게 잘 쓰여 있다.

그러고 보면 잘 쓴 책이 반드시 어려운 책은 아닌 모양이다.

옥스퍼드 세계사 중 중앙아시아 편으로 나온 책이라 지엽적인 세부사항 보다는 전체적인 맥락을 잡을 수 있게 쓰여진 듯하다.

300 페이지 밖에 안 되는 어찌 보면 짧은 분량인데도 빙하기 사냥꾼들이 사냥감을 쫓아 중앙아시아 초원에 처음 등장한 4만 년 전부터 5개의 독립국가가 된 20세기까지의 긴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잘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핵심 키워드는 중앙아시아의 투르크화라는 생각이 든다.

투르크란 어떤 민족인가 늘 헷갈렸는데 투르크어를 쓰고 이슬람을 믿는 이들의 다양한 복합체 같다.

몽골 제국의 출현 이후로는 칭기즈칸의 후예라는 것이 중요한 정체성이 된 듯하다.

정작 몽골은 불교를 받아들여 중국과 구별되는 민족의 정체성으로 삼은 점도 인상적이다.

이슬람교가 한번에 초원을 점령했다고 생각했는데 가톨릭의 전파처럼 이 종교도 오랜 투쟁과 선교의 역사 끝에 민간까지 내려갔음을 확인했다.

초원의 유목민들에게 선교한 중요한 이들이 바로 수피들이다.

샤머니즘적 신비주의와 결합해 중동 국가들과는 또다른 이슬람 문화를 만든 듯하다.

기마의 시대에서 화약의 세기로 바뀐 18세기부터 중앙아시아의 유목국가들은 거대한 제국 러시아와 청에 둘러싸여 결국은 몰락하고 만다.

마치 미국의 서부 개척을 보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오늘날 각 민족으로 재정립되어 국가를 이룬 것은 특기할 만하다.

세계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중앙아시아사에 대해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고 역자의 매끄러운 번역도 가독성을 높여 준다.

제목만 좀더 임팩트 있게 지었으면 더 접근하기 쉬울텐데 아쉽다.


<오류>

98p

황후 양귀비의연인이라고도 알려졌던 안녹산은

-> 황후가 아니라 후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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